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일을 하고 공부하고 운동하는 ‘홈 이코노미’ 시대가 열리면서 메타버스 게임에 관심이 쏠린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익숙한 용어지만, ‘메타버스(Metaverse)’는 아직 생소하다.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에는 가상세계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가 상품이고 가상통화를 매개로 유통된다. 미국 IT 벤처기업인 린든랩이 만든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메타버스의 초기 서비스이다. 세컨드 라이프 속 사이버머니는 현금 전환이 가능하며, 사적인 사회 관계는 물론 사업 진행이 가능할 정도로 자유도가 높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 세컨드 라이프도 2008년 무렵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밀리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유래됐다. ‘스노 크래시’에는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국가가 존재하는데, 이곳에 들어가려면 사람들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통해 활동해야 한다. 이 소설 속의 가상세계 개념이 웹에서도 구현되면서 ‘메타버스’가 알려졌다. 아울러 ‘아바타’도 대중화됐다. 가상공간의 서로 다른 등장인물은 소프트웨어의 대리자들(아바타로서)과 인간적 교류를 하고 현실세계의 은유를 사용하지만 물리적 제한은 없다.
세컨드 라이프 이후 메타버스 구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최근 화제가 된 사례는 3인칭 슈팅 게임인 ‘포트나이트’에서 열린 가상현실 콘서트이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업계가 난항을 겪었다. 많은 뮤지션이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포트나이트에서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가 열렸는데 1230만 명이 접속했다.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감상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게임 속에서 콘서트를 감상한 점이 특이하다. 지난 9월 26일에 빌보드 1위에 오르며 K-팝의 새 역사를 쓴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도 포트나이트 파티로얄을 통해 퍼져나갔다.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스위니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웹)의 다음 버전이다. 사람들이 메타버스로 일하러 가고 게임·쇼핑을 하거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마블 스타워즈 등 유명 IP(지적재산권)가 포트나이트에서 프로모션을 하거나, 나이키 운동화를 게임 내에서 판매하는 방식 등의 마케팅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가상세계라는 메타버스의 개념이 게임에서 실현되는 모습이다.
포트나이트 이외에 ‘모여봐요, 동물의 숲’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에서도 유저 간 생일 파티, 가상 결혼식 등 게임 속 사회 활동이 벌어진다.
경제적 활동까지 겸할 메타버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디센트럴랜드’와 같은 블록체인 구동 가상현실 플랫폼도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웹 VR 방식의 3차원 가상세계인 디센트럴랜드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6배 정도 크기로 설계됐다. 부동산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현실 서비스인 만큼 디센트럴랜드의 부동산 거래는 현실 세계와 유사하다.
인공지능(AI) 칩 시대를 이끌면서 엔디비아를 일약 시가총액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로 끌어올리고 있는 젠슨 황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GPU연례개발자대회(GTC) 2020 기조연설에서 “지난 20년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면 미래 20년은 공상과학영화(SF)에서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받는 만큼 게임의 메타버스화 실현은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메타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로 훗날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메타버스의 부상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현실과 가상을 점차 구분할 수 없고 사이버 범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동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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