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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코로나19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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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경북의 한 오토캠핑장을 방문한 한 지인은 황당한 상황에 부딪혔다. 방문 명부 작성 중 주거지란에 ‘부산’이라고 쓰자 관리인의 질문공세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부산? 혹시 코로나19 발병 요양병원 주변 동네 아닌가요? 그러면 좀….” 마침 그 무렵 부산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 대규모 확진 사태가 집중 보도되긴 했다. 그래도 휴가지에서조차 부산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이런 질문을 받을 줄 몰랐던 그는 ‘낙인찍기’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네 이름 앞에 이른바 ‘코로나 주홍글씨’가 새겨져 버리고, 인적마저 뜸하다는 만덕동 주민은 어떨까. 죄 없이 죄인 취급 당하는 억울함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색깔이 있을까? 일반인에겐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러나 개인, 소집단, 나아가 광역시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대상을 향해 ‘코로나 주홍글씨’를 찍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붉은 계열의 주홍색이 코로나 색깔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19세기 미국 작가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가 의도치않게 21세기에 소환됐다. 이외에도 코로나 상징 색은 여럿 있다. 푸른 색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우울증세를 뜻하는 ‘코로나 블루’에서 비롯됐다. 영어 단어 ‘블루(blue)’의 ‘우울한’이라는 의미를 차용한 표현인데, 대중들은 색깔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와중에 만덕동의 카페 ‘숨터’, 극단 해풍과 북구 시민극단, 부산 북구청 등이 함께 ‘만덕동 힐링 프로젝트’를 펼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갑다. ‘코로나 주홍글씨’에 상처받고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람들에게 무료 음료와 무료 공연 등을 베풀며 희망을 노래하자는 활동이다. 이웃 간 사랑을 싹 틔우고 화합을 되살리게 됐다는 것인데, ‘복 중에 최고의 복은 전화위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딱 어울린다.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G.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빗대자면 만덕동 판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다. 이렇게 피워낸 사랑과 희망의 꽃은 어떤 색깔일까?

실제 과학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색깔은 없다고 한다. 흔히 보이는 사진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겨우 구분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형상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공적 염색 과정을 거친 뒤 사진을 찍어 공개한 것일 뿐, 사람이 인지할 수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래서 결국 코로나의 색깔은 사람들 마음 속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제 만덕동 주민 마음 속 코로나의 색깔은 낙인찍기의 주홍색이 아니라 사랑의 핑크빛 임에 분명하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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