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부터 미래의 직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자라지만, 보통 이 꿈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게 된다. 상당수의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 공룡학자의 꿈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실존하지 않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공룡 골격화석 신기록이 세워졌다. 낙찰가격은 무려 3180만 달러에 달한다. 역대 최고가로 팔린 화석은 ‘스탠(Stan)’이라고 하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 T-rex)이다.

1987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처음 발견된 스탠은 4 m 높이에 길이는 12m에 달하고 188개의 뼈로 구성되었다. 티렉스는 외견상 공룡의 포악성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표적 아이콘이다. 사실 스탠 이전에 가장 유명했던 티렉스는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수(Sue)’라는 공룡이다. 수 역시 1990년 사우스타코타주에서 발견되었으며, 보존율이 90%에 달하는 가장 완벽한 티렉스라고 할 수 있다. 수는 1997년 소더비 경매에서 836만 달러에 낙찰되어 스탠 이전에 최고가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일견 370억 원이라는 스탠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같은 경매에서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작품이 332억 원에 낙찰된 것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공룡은 중생대를 대표하는 파충류에 해당된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영화 ‘쥐라기공원’ 때문에 공룡이 살았던 지질시대를 대부분 쥐라기로 알고 있지만, 공룡은 약 2억4000만 년 전인 트라이아스기에 처음 등장해서 쥐라기에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백악기 말에 멸종했다. 외국의 경우 쥐라기 지층에서 공룡화석들이 많이 발견되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중생대 후기인 백악기 지층에서 다양한 공룡 관련 화석들이 발굴된다. 백악기에 한반도는 지금과 유사한 위도에 위치했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뜨거운 아열대 기후에 속했고, 건기와 우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반건조 기후였다.

한국의 공룡연구 역사는 대략 50년 정도인데, 1972년 경남 하동군에서 최초로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었고 공룡 골격화석은 1974년 경북 의성군에서 처음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룡 연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은 1982년 경남 고성군 덕명리에서 대량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후이며,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서 공룡의 골격 화석이 많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 부경고사우루스 밀레니엄,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익룡) 같은 신종이 보고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다양한 공룡 골격· 알·이빨·똥화석 등이 보고되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발자국 화석이다. 발자국은 실제 화석이 아니라서 보통 흔적화석(trace fossil)이라고 하는데, 과거 생존했던 동물들의 행동양식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들을 알려준다. 한국은 주로 남해안 지역의 백악기 퇴적층에서 공룡이나 익룡, 새 발자국 화석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발자국 화석의 보존상태나 밀도 측면에서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부산에서도 신평소공원의 이천리층에서 조각류와 용각류의 보행열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고, 앞으로 학술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부산국가지질공원의 새로운 지질명소로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의 공룡 연구는 눈부시게 발전해왔지만, 공룡을 전공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질학 분야에서 고생물학은 보호 학문 분야로 지정될 만큼 비주류 분야이며, 고생물학자 중에서도 공룡 전문가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릴적 공룡학자를 꿈꾸던 그 많은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모쪼록 자라면서 공룡학자의 꿈을 지켜나가는 학생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