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冬至)다. 옛날 궁중에선 설날과 함께 동지를 으뜸인 축일로 받들었다. 작은 설로 대접했다는 이야기다. 민간에선 팥죽을 먹었다. 팥의 붉은 색에 생명 찬양과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동지 날씨가 따듯하면 이듬해 질병이 창궐하고,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했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우주 개척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길 빌어야겠다. 중국과 일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중국의 무인탐사선 ‘창어5호’ 귀환 캡슐이 지난 17일 달 샘플을 싣고 네이멍구 자치구 초원지대에 착륙했다. 달 표면은 물론 2m 깊이 구멍을 뚫어 채취한 2kg의 토양·암석 샘플이 실렸다. 중국은 달 샘플 채취에 성공하면서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달 탐사 성공 국가가 됐다.

그 내용이 만만찮다. ‘창어5호’는 달 착륙 지점부터 ‘폭풍우의 바다’라는 인류 미답지를 택했다. 샘플 중량은 1976년 구소련의 ‘루나 24’(330g)보다 6배나 많다. 달의 화산 활동 연구에 큰 성과가 기대된다. 더 중요한 건 ‘중국 우주 탐사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도전적인 과제’라는 항공 우주 기술 축적이다. 신화통신은 “궤도, 착륙, 샘플 채취 등 2004년 시작된 3단계 달 탐사 계획의 성공적 결말”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우주굴기’다.

일본의 성과도 화제다.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는 지난 6일 소행성 ‘류구’의 샘플이 담긴 캡슐을 지구로 보냈다. 2014년 12월 지구를 떠난 ‘하야부사2’는 지난해 4월 지구에서 3억4000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 착륙해 샘플을 채취한 뒤 같은 해 11월 ‘류구’를 출발, 지구로 향했다. 소행성 지하에서 40억 년 정도 잠들어 있던 모래 등 샘플을 인류 최초로 확보했다. ‘하야부사2’가 지구와 달 사이 평균거리(38만4399km)의 1만3500배에 달하는 52억㎞를 비행한 끝에 지구로 보낸 이 샘플에는 지구 탄생의 비밀이나 생명의 기원에 관한 의문을 풀 단서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0.1g으로 알려진 이 우주의 보물은 5.0g 이상은 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하야부사2’는 앞으로 10년 이상 100억㎞를 더 비행해 다른 탄소질 소행성 ‘1009KY26’에 착륙할 예정이다. “기술적으로 유럽·미국보다 10년 앞섰다”는 우주 개척사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우리나라는 한심한 수준이다. 올해까지 달 탐사 궤도선을 띄우기로 했으나 2022년으로 미뤄졌고, 2030년까지 무인 달착륙선을 보내겠다는 계획도 장담할 수 없다. ‘달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