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제4차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산항 제2신항 개발계획이 확정됐다. 올해는 지역 숙원사업인 가덕신공항 건설이 확정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열의가 뜨겁다. 항만(seaport)과 공항(airport)의 영문 표기에 포함되는 Port는 라틴어의 ‘옮기다’라는 ‘portare’에 기원하여 현재의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항만과 공항은 승객과 화물을 옮기는 장소이며 기능면에서는 사촌과 같은 관계로 생각할 수 있다.

부산항은 우리나라의 수출입 물류를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환적거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연간 10만여 척의 선박과 약 2200만 개의 컨테이너화물, 그리고 카페리와 크루즈선박을 통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교역과 교류의 현장으로 365일 24시간 바쁘게 움직인다. 총 컨테이너화물 처리량 기준으로 부산항은 세계 6위이며, 환적화물 처리량은 싱가포르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한다. 수출입 화물보다는 제3국 화물인 환적화물량이 더 많은 동북아의 환적항만으로 자리 매김한 것이다. 이것은 1주당 269편의 운송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세계 3위의 해운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오늘날 세계 경제와 소비 패턴은 전자상거래 기술과 플랫폼 비즈니스 등 이커머스 체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가 또는 도시 간 무역방식 역시 전통적인 해운, 항만물류체제에서 해운, 항만물류와 항공이 연계된 Sea&Air 물류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2019년 기준, 국제화물 처리 세계 5위권 공항에는 주요 항만 도시가 포함되어 있다. 홍콩 1위, 상하이 2위, 두바이 4위이다. 컨테이너항만 순위에 있어서는 상하이 1위, 홍콩 8위, 두바이 12위다. 반면 부산은 세계 6위의 항만도시지만 항공화물 처리실적은 항공화물 통계에 포함되지 않을 정도의 극히 미미한 수준인 연간 약 2만ｔ에 불과하다.

중국 상하이의 경우 양산 심수항을 세계 1위의 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했으며, 구공항인 홍차오 공항을 국내선용으로 전환하고 국제선을 위해 푸동공항을 건설했다. 또 린강신도시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연간 40여만 명의 일자리와 9800억 위안(한화 약 167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UAE의 두바이는 제벨알리 항만 배후에 에티하드 철도와 알 막툼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제벨알리 자유무역지역을 연계한 종합적인 물류 플랫폼 조성을 통하여 약 7000개의 기업 유치와 약 15만 명의 일자리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항만 부문은 앞선 도시에 못지않다. 중국 상하이, UAE 두바이 등의 사례를 모델로 본다면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이 글로벌 경제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산항 신항과 연계한 국제공항 건설이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신공항 건설과 함께 산업거점을 지원하는 신개념의 특별구역제도 마련에 대한 논의도 요구된다. 현재 부산항 신항은 자유무역지역(FTZ)과 경제자유구역(FEZ)으로 지정·운영되고 있으나, 항만물류와 항공물류간의 효율적인 연계를 위한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두바이의 경우 Sea&Air 화물 통관시간을 4시간 이내로 처리하는 세관정책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제도 면에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항만이 24시간 운영되듯이 이와 연계되는 공항은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춰야 한다. 또한, 공항 개발과 동시에 항만과 공항을 잇는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여객과 화물의 흐름에 막힘을 없애야 한다. 부산항 신항은 2006년 개장 이후 현재까지도 배후 도로 용량 한계로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극심한 도로정체를 겪고 있으며, 대중교통의 부족으로 출퇴근 근무자들을 위한 셔틀버스 운행을 관계기관 및 기업들이 함께 지원하는 상황이다. 활성화 측면에서 항만 또는 공항 배후단지 내 글로벌 Sea&Air 특화 물류기업을 유치하고 국내 기업을 육성하는 전략과 국제물류 및 복합화물 운송시장을 활성화시킬 정책이 요구된다.

공항과 연계되지 않는 항만도시 부산이 도약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글로벌 도시의 후발 주자인 부산이 마주한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부산·경남·울산 중심의 동남권이 세계로부터 주목받는 글로벌 경제 거점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결단과 준비의 시간이다.

부산항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