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우리는 5년 전 유치한 초대형 국제회의와 함께 제법 잘 짜여진 예정된 국제행사들로 어느 때보다 희망찬 새해를 맞고 있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소식도 우리와 관계없는 나라의 잠시 지나가는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돼 전 세계 국경이 차단되면서 관광마이스산업은 역대급 역풍을 맞았다.

매년 역동적으로 성장해온 관광마이스산업은 한순간에 어이없이 멈추게 되었다. 그저 끝나기를 바라며 지낸 1, 2월은 한마디로 허송세월 같았다. 3월 말이 되자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지금껏 알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전환하지 않으면 20년간 세운 공든 탑은 고스란히 무너지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힘껏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가까이와 멀리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들이 곧 닥쳐올 새로운 세상을 예상케 했다. 이런 세상에도 과연 우리가 하는 일 중 무엇이 가능할까?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과 가치에 집중하면서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깜깜한 터널 안에 촛불 하나가 켜지듯 신기하게 해야 할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20년 전 회사를 만들 때 그때의 열정이 고스란히 살아나 마치 회춘하는 듯한 묘한 기쁨을 느끼며 온라인 기술력을 집대성할 수 있는 미팅테크놀리지팀을 만들었다. 전문인력을 재구성하며 조직을 개편하면서 나에게도, 우리 직원들에게도 앞으로 우리는 IT를 융합한 컨벤션 전문기업인 ‘컨벤션IT컨버전스 회사’로 재탄생을 선언했다.

우리는 해외에서 90% 이상 와야 할 국제행사들은 다른 연도로 미루고 남은 국제회의들, 그리고 심지어 국제전시들까지 포기하지 않고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전시 부문은 해외바이어들이 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시는 불가능해 대부분이 중도에 취소했지만 우리는 온라인 전시 플랫폼 방식으로 온라인 비즈매칭을 해결해가며 우리가 가지 않았던 길을 열었다.

코로나가 해결돼 국경이 열리면 오프라인의 강점과 온라인의 확장성을 합한 방식으로 우리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확장될 것이고 마이스산업 또한 더 준비된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행사를 중단하지 않고 가기 위해 브리지로 필요했던 온라인 기술이 오히려 우리에게 생각지 못한 새로운 문을 열게 했다. 코로나 이전과 다른 지식·기술로 온라인 강점을 발견하며 더 한층 다른 차원으로 회사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 작년 일련의 성과들 덕분에 우리는 올해 무엇에 초점을 맞추며 진화해야 하는지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작년 코로나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어느 때보다 미래사회에 대한 변화가 궁금해졌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미래수업이 필요한 시점에 만난 책이 세계적인 경영 석학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의 역저인 ‘2030 축의 전환’이었다

10년 후인 2030년에는 지금의 세상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로 세계의 중심은 대서양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젊은 세대에서 나이 든 세대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이 소비나 화폐에 대한 기존 개념을 뒤바꾸며 세계는 더 심오하고 거대한 질적 전환을 맞이하는 것이 10년 후의 모습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더 많은 위험과 위기, 혼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 모두 혹독한 시험대에 오를지도 모른다.

코로나를 겪지 않았다면 10년 후의 세상이 그리 쉽게 공감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 코로나가 준 교훈은 언제나 어려운 일들은 생기게 마련이고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와 의지가 위기 탈출의 열쇠이며,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현명한 비책임을 온 몸으로 경험하게 한 것이다.

삶의 모든 어려움은 기회이고 잠자고 있는 내적 자원을 발견하고 동원시킬 수 있는 때가 어려운 때임을 다시 되새기게 했다.

급변하는 10년 후의 미래 예측 패러다임에 대비하는 지혜 또한 오로지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긍정적 의지에서 나올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이 불확실성의 시대, 변하지 않는 삶의 비책이라 본다.

2차 세계대전 암흑기 강력한 지도력으로 나치스의 총칼 아래 놓인 유럽과 자유 진영을 구한 난세 영웅 윈스턴 처칠이 “비관주의자는 모든 기회에서 역경을 보고, 낙관주의자는 모든 위기에서 기회를 본다”고 한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장대히 떠오르는 일출을 만나러 집을 나선다.

㈜리컨벤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