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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또 등판하는 대대행(代代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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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민선 단체장들이 등장하면서 지방정부가 대행체제로 가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현직 단체장이 선거 출마 등을 이유로 중도 사퇴하거나 독직 사건에 휘말리면서다.

경남도는 민선 도지사 5명 가운데 4명이 자진 사퇴하거나 구속됐고 이 과정에서 권한대행직을 거쳐간 사람은 6명이나 된다. 대행체제로 흘러간 기간만 2년4개월이다. 김혁규 지사의 총선 출마로 대행체제가 됐으나 그 대행마저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서는 바람에 또다른 대행이 임명된 전례가 있다. 도정이 대행의 대행체제가 된 셈이다. 부산도 같은 경험을 가졌다. 두 번째 민선시장이었던 안상영 전 시장의 자살로 오거돈 당시 행정부시장이 대행직을 맡았다. 그러나 오 대행이 7개월여 만에 시장 보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고 대행직을 승계할 정무부시장마저 이미 출마로 공석이었기 때문에 후임이 뽑힐 때까지 시정은 대행의 대행 손에 맡겨졌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오는 26일 대행직을 떠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경선에 뛰어든다. 변 권한대행은 지난 4월 오 전 시장의 사퇴 이후 9개월간 시정을 끌어왔다. 과거 관선시장 임기가 통상 1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변 대행은 대행 보임 직후부터 차기 시장 후보감으로 거론됐고 결국 예측은 현실이 됐다. 승계 2순위 박성훈 전 경제부시장이 보선 출마를 위해 일찌감치 사임했기 때문에 3순위 대행이 임명되어야 한다. 부산 시정이 18년만에 또다시 대대행(代代行)체제가 된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나 2030엑스포 유치같은 굵직한 지역 현안에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까지 겹친 위기에 부산시 톱3가 차례로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피선거권이 있는 이들의 출마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만 시민으로선 결코 흔쾌한 상황은 아니다.

대행의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는 항상 논란거리다. 해당 직책의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과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이 늘 맞선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권한대행에겐 선출직 공직자에게 주어진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는 사람은 그 직무를 행하는 동안에는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헌법이나 하위 법령에 법제화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선출직의 권한이 비선출직의 사적 욕심에 쓰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같은 문제의식이 자치단체장 대행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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