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충격 탓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로 집계됐다고 어제 발표했다. 역성장은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5.1% 이후 22년 만이다. 2차 석유파동 때인 1980년 -1.6%를 포함하면 역대 세 번째다. 다만 주요국에 비해 역성장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성장세로 반등한 점은 위안거리라 하겠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1.3%, 2분기 -3.2%, 3분기 2.1%, 4분기 1.1%를 기록하며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와 수출 감소가 두드러진다. 민간소비는 -5.0%로 1998년 -11.8%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도 -2.5%로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0.5%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였고, 특히 1989년 -3.7%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그나마 수출은 지난해 4월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9월을 기점으로 반등하며 11월과 12월 연속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갑을 닫은 가계의 소비절벽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정부가 59년 만에 처음으로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했다. 성장률 기여도에서 민간이 2.0%포인트만큼 성장률을 끌어내린 반면 정부는 1.0%포인트만큼 올렸다.

이를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 선방과는 달리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과 그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을 이끄는 두 수레바퀴인 수출과 소비가 함께 활기를 찾아야 경제 회복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히 재정 확대는 양날의 칼이다. 재정이 지난해 성장에 기여한 만큼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값과 주식 시장 과열은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임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기반을 뿌리째 뒤흔드는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속에 한국 경제의 역성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할 저력이 있음을 확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가 더욱 중요하다. 경제가 반등세에서 확실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출발은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이다. 사람 왕래가 끊기고 물류가 멈춰서야 버틸 재간이 없다. 그리고 코로나19에 따른 고통이 가중된 취약계층을 고려한 정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코로나19 3차 유행의 충격이 소비에 집중됐고, 특히 식당, 카페 등 대면 서비스업종이 크게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는 한국은행의 지적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하겠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그 반등의 힘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