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강원도에 감자 농사가 풍년이 들어 수확량이 늘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유행한 코로나 19로 판로가 막혀 농가에서는 처리가 곤란해지면서 감자가 썩어 나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감자가 창고에 쌓일수록 보관 비용도 늘어 농가 적자가 커지자 농민들은 감자를 버리지 못해 공짜로 나눠주었다. 이런 상황에 최문순 강원지사는 저장감자 10㎏ 한 상자를 택배 비용 포함 5000원에 판매한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여 감자 판매를 했다. 그 후에도 최 지사는 비슷한 처지의 아스파라거스 농민을 위해 아스파라거스도 판매해 흥행에 성공했고 다음은 찰 토마토였다. 최 지사는 지역 농가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로 지역 내 농작물의 소비를 유도했다. 만약 지역 농가들이 파산한다면 지역 경제침체는 물론 다음 해 맛있는 감자, 아스파라거스, 찰 토마토 등은 저렴한 가격에 먹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림 서상균

얼마 전 뇌동맥류 환자를 진료하고 본원에서 수술을 권유했지만 의뢰서를 발급받아 서울 A 병원으로 진료를 보러 간 환자가 다음 주에 다시 진료 보러 왔다. A 병원에서의 수술 날짜가 석 달 후에 잡혔고, 그동안 보험 관련 필요한 서류 발급을 위해 다시 온 것이다. 환자는 A병원 가려면 차비만 30만 원 이상이 들어 서류 발급은 가까운 병원에서 원한다고 했다. 뇌동맥류 수술은 아주 난이도가 높은 경우가 아니면 뇌혈관을 전공한 신경외과의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우리 병원에서도 많을 때는 일주일에 2-3회씩 하는 비교적 흔한 수술이다. 10분 거리에 우수한 의료 시설 및 실력 있는 의료진을 두고 더 좋은 치료를 받으러 서울행을 하는 환자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지방에는 환자가 없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고, 서울은 환자가 몰려 수술이 2~3개월 밀려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만약 뇌동맥류가 출혈이 되어 환자 상태가 나빠진다면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동맥류를 수술할 수 있는 병원에는 의료진과 뇌수술장비, 뇌 CT, 뇌혈관 조영 장비 등의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병원 경영적인 상황만 보면 많은 고정비용이 들었으니 더 많은 매출을 올려야 유지가 가능하다. 즉 지역 병원에서 많은 진료와 수술이 이루어져야 더 많은 재투자를 통해 우수한 의료진 및 시설이 유지된다. 반대로 지역병원에서 진료하는 환자들이 적으면 병원 경영 입장에서는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설과 의료진을 감축하고 좀더 경영에 도움이 되는 질환 진료에 집중 할 수 밖에 없다. 만약 내가 사는 지역의 병원에서 뇌동맥류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정말 급한 동맥류 수술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여행을 해야 한다. 특히 대부분의 뇌종양은 수술 후에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뇌 CT, MRI 같은 검사를 하여 종양의 재발여부나 뇌부종의 진행 등을 관찰하고 필요하면 부종에 대한 약물 치료나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의료 기술과 기구들의 평준화로 지역에서도 뇌종양수술 및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다. 항암제를 포함한 약물은 상품화된 제품으로 전국 어디나 똑같은 약을 사용한다. 뇌종양치료를 위해서도 상태 변화에 따라 수시로 진료를 받아야 해서 접근이 용이한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이 좋다.

지역 농가를 위해 소비를 촉진하는 것과 같이 내가 사는 지역의료를 위해 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경증 질환은 동네 의원에서 진료하고, 수술이 필요한 병도 지역 병원, 암이나 다른 고난도의 수술도 지역 대학병원이나 전문 병원에서 진료하는 것이 내 주위 병원을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꼭 필요한 응급 상황에는 나와 이웃을 살리는 길이 되며, 암 같이 오래 치료해야 하는 병은 내 집에서 치료 할 수 있게 된다.

동남권 원자력의학원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