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연구실 모니터를 한없이 바라본다. 수십 명의 학생들의 얼굴이 있다. 화면에 간단히 손을 흔들어 안부를 묻고, 동시에 수업 자료를 화면에 올리고 강의를 시작한다. 코로나19로 바뀐 강의 모습이다. 1년 전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어색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인류 문학과학의 발전은 기원전 3세기∼기원후 5세기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일대에서 급속도록 이루어졌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당시 동서양에서 나온 거의 모든 서적을 보관했다고 한다. 단순히 엄청난 책이 보관되어있는 도서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대 각 분야 최고 학자들이 이들 도서관을 중심으로 모여, 깊이 있고 끝임 없는 지적 논쟁과 토론으로 최고의 문화 융성기를 이룬 것이다. 당시에 이미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고 둘레를 계산하기도 했다. 중세에 지구가 둥글다고 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보다 무려 1500년 앞서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대화재로 소멸해 없어진 후 알렉산드리아 문화는 급속 쇠퇴했고, 인류의 문학예술과학 분야의 암흑기가 도래했다.
맹모삼천지교는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일화다. 맹자의 어머니는 서당 옆으로 이사하여 맹자를 동양사상의 최고봉으로 키웠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서당 근처로 이사한 환경만이 아니다. 바로 맹자는 대학자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를 스승으로 수학했다는 점이다. 즉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과 동료들과 끝임 없는 토론을 통한 지적교감(知的交感)으로 대학자가 된 것이다.
잘 아는 바와 인류 역사의 최고 천재 아인슈타인은 가난한 중산층에서 태어나 빛과 시간, 공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상대성이론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당시 대 과학자 맥스웰의 전자기학이론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이후 로렌츠, 에딩턴 등 당대의 최고 과학자들의 도움으로 상대성이론을 완성하고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명한 명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어릴 적 부모님이 주신 도서관 출입카드로 브루클린의 조그만 도서관에 다니면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면서 천문과학자가 되어 외계 문명과 ‘콘택트’를 시도했고, 인류가 우주탐사의 꿈을 꾸게 만들고 행성탐사선을 보낼 수 있게 했다.
현재의 교육환경은 정말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IT통신기술의 발전과 전 세계적 팬데믹 코로나19의 상황은 이런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이젠 교육환경에서 모바일 기기나 인터넷 활용은 기본이 되었다. ‘언택트’ 교육 시대가 된 것이다. 강의실에서 온라인 화상 회의, 온라인 강의를 위한 웹캠이나 비디오캠은 기본이고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다. 여러 화상 강의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선 누구나 모든 정보를 온라인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모두가 지식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언제든 이를 공유하거나 받아볼 수 있다. 지식과 정보 습득의 평준화가 이루어져 있다. 이런 환경으로 기존 대면 강의식 교육방식은 소멸할 것이고, 심지어는 대학도 소멸하여 캠퍼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많다.
교육환경이 정말 급속도로 변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 현재의 우수한 인터넷 환경과 교육 IT기기를 가지고 있으면 우리 모두가 맹자, 아인슈타인과 세이건이 될 수 있을까?
현재의 인터넷 지식정보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보다도 수만 배 많이 온라인상에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공간의 제한도 없다. 그러나 온라인상에 아무리 정보가 많고 편하게 접근한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중심으로 학자들의 논쟁과 토론, 지적교류, 맹자의 스승과 동료들과의 지적교감, 아인슈타인의 당대 과학자들과의 깊이 있는 교류와 실험증명, 세이건의 밤하늘 별자리에서의 영감과 같은 것은 온라인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프라인 교육현장은 바로 이러한 지적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하고, 깊이 있는 지적교류와 실험증명을 이룰 수 있는 필수 장소이고, 따라서 IT 교육 환경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맹모삼천지교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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