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9일 발표한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이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은 오는 22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5~90%까지 인정한다는 것인데, 개선 취지는 오간 데 없고 당장 부동산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부터 나오니 하는 말이다. 고분양가 심사제도 대상지역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조정대상지역이다. 중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전역이 조정지역인 부산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인 셈이다. 지역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뜻이 좋다고 결과까지 좋으라는 법은 없다. 아무래도 이번 개선안이 딱 그러하다. HUG가 제도 개선에 나선 취지는 크게 ▷2·4 부동산 대책에 맞춘 공급확대 ▷분양가 현실화를 통한 민간 건설업체 참여 유도 ▷비현실적 분양가에 따른 부작용 방지 등이다. 그 중 ‘로또 당첨’ 광풍이라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물론 기존 제도의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신규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분양가의 100~105%를 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시세가 급등한 부산의 경우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 정도인 지역도 있다. 해운대·남·수영·동래구 등지의 인기 아파트 3.3㎡당 가격은 4000만 원에 육박하지만, 이들 지역 분양가는 1700만~1800만 원선에 묶여 있다. 앞으로 개선안이 시행되면 주변 시세의 90%인 3600만 원까지 분양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HUG의 주장대로 ‘로또 당첨’ 광풍은 일시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부작용이 터질 우려가 크다. 우선 걱정되는 부작용은 고분양가에 따른 인근 아파트 가격의 동반 급등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당첨자들의 기대 심리와 부동산 업계의 이해가 맞물려서 최근 보합세를 보였던 부산지역 아파트 가격이 다시 뛸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두 번째 부작용은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 꿈 박탈이다. 청약통장을 품에 안고 ‘로또 당첨’만 기대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견딘 서민들이 아예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부산은 미리 자금을 비축한 이들을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는 한숨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개선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3.3㎡당 1500만 원이던 분양가가 갑자기 1년 만에 3000만 원으로 오르면 그 차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그 기간 동안 민간 아파트의 표준건축비 격인 ‘기본형 건축비’가 대폭 인상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급하게 집값을 잡으려다 실패한 정책이 한 둘 아니지만 이번 만큼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 대책과 다주택 보유자의 매도를 끌어낼 유인책을 통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주어야 하건만, 엉뚱하게 ‘로또 청약’을 잡겠다며 민간업체에 이익을 몰아주려 하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개선안에 오류는 없었는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