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하는 경찰, 사랑과 존경받는 부산 경찰’은 부산경찰청장이 내건 모토다. 보다 나은 치안을 다짐하지만, 사랑과 존경은커녕 오히려 시민이 경찰을 걱정하는 게 부산 경찰의 실상이다. 만취 상태에서 남의 차를 훔쳐 운전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순경,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지인 4명과 함께 도박판을 벌인 경위도 모자라 부산경찰청 지하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직원에 이어 이번에는 심야에 호텔 로비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직원을 폭행한 경정까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부산 경찰이다. 특히 1991년 개청한 부산지방경찰청이 자치경찰제 시행에 앞서 30년 만에 부산경찰청으로 이름을 바꿔 단 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추문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호텔에서 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리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경정의 사례는 그야말로 기강 해이의 전형이다. 부산 경찰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특별 경보’를 발령하고 2주간 고강도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는 진정무 부산경찰청장이 직접 부산경찰청사 1층 현관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의무위반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그럼에도 술에 취한 경찰 간부가 호텔 여직원에게 “같이 술 마시자”며 실랑이를 벌이고, 이를 말리던 남자 직원을 밀치며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경찰 불러라”는 말이 만취 경찰 간부 입에서 나왔다니 더는 용납할 수 없다.

부산 경찰 수장인 진 청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는 건 당연하다. 잇단 추문은 뒤집어 말하자면 ‘특별 경보’ 발령도, ‘의무위반 예방 캠페인’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속된 말로 영(令)이 안 선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문제가 된 경찰의 일탈이 하나같이 술과 연관된 데다 불특정 다수 시민의 안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음주운전과도 엮여 있다. 순경에서 경정까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으니 더욱 어이없다. 전체 경찰은 제 소임을 다하지만 극소수 일부가 문제라는 안이한 인식이라면 더욱 문제다. ‘시민과 소통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이란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허물기는 한 순간이다. 진 청장은 부산 경찰이 왜 이렇게까지 시민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는지 냉정하게 반성하고 환골탈태할 올바른 대안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부산경찰청은 오는 7월부터 자치경찰시대를 맞는다. 자치경찰제는 시장이 지역 치안을 책임 지고 시민의 의사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자주적으로 자치경찰활동을 수행한다. 경찰이 국가·자치·수사 경찰로 나뉘더라도 시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 교통의 단속과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는 경찰의 임무는 그대로다. 이런 변화의 시기일수록 경찰은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 그런 마음을 다잡는 게 사령탑인 부산경찰청장의 일이다. 경찰 한 사람 한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