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당분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어제 이런 내용의 2, 3월 접종계획을 발표했다. 대신 오는 26일부터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요양시설·재활시설의 65세 미만 입소자 및 종사자 27만2000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 당초 1분기에 65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한 78만 명에게 접종하기로 했으나, 독일 스위스 등 일부 국가가 65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허용하거나 아예 접종 승인을 보류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자 이같이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는 11월까지 70% 이상 접종하겠다는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겨선 안 된다.

보건당국은 고령층에 대한 AZ 백신 접종은 다음 달 말 접종 유효성과 관련한 임상정보를 추가로 확인한 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고령층 접종은 2분기에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효성 검토 외에도 1분기에 수입되는 백신의 대부분이 AZ인 데다, 소량 반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 냉동보관 조건을 갖춰야 해 고령층 대상의 ‘찾아가는 접종’이 어려워서다. 이럴 경우 방역 전반에 연쇄적인 애로가 발생할 우려가 커진다. 사망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층 접종이 지연되면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의료진의 업무 부하도 가중된다. 여기다 오는 3, 4월 4차 대유행설까지 나온 마당이니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난관에 직면한 건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백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를 귀 담아 듣지 않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화이자 모더나 등 AZ 대체 백신 반입이 늦어진 게 가장 큰 문제다. 1분기 접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고령층에 대한 AZ 접종 여부를 두고 번복을 거듭하는 등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국민에게 불신과 불안감을 안겨줬다. 당장 걱정되는 점은 접종 기피다. 안 그래도 각 지자체의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3명 꼴로 타인의 접종을 지켜본 뒤 접종하겠다고 밝힌 형편이다. 고령층 접종 지연에다 접종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 ‘11월 집단면역’은 더욱 힘들어진다.

보건당국은 “AZ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원성, 중증질환 및 사망 예방효과를 확인했다”고 한다. 말로만 그럴 게 아니라 타국의 AZ 접종 결과 등 국민이 신뢰할 만한 자료를 내놓고 설득하기 바란다. 시간이 별로 없다. 오는 26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데, 그 전에 충분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실기하면 낭패다. 화이자 등 접종효과가 입증된 백신 도입을 앞당기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물론이다. 아울러 방역 대책도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5인 이상 집합을 두고 직계가족은 되고 형제는 안 된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대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접종은 백신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방역 대책을 전제로 실시되어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