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을 아우르는 ‘동남권 메가시티’ 논의가 뜨겁다. 최근 특별 지방자치단체 구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자체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일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긴 했지만 본격적인 지자체간 협력은 아직 논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해 11월 오사카시(市)와 오사카부(府)의 통합을 두고 5년 만에 재시행한 주민투표 결과 통합이 무산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간사이 국제공항 건설을 일구어낸 광역지자체 연합의 중추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시의 주민은 오사카부와의 행정통합에 반대했던 것이다. 그만큼 행정통합이라는 것은 경제적 협력관계를 내고 있는 지역 간에도 결코 쉽지 않음을 반증해 주는 사례다.
앞으로 부울경 메가시티와 지자체 간 행정 통합 등의 논의가 더욱 빠르게 진전될텐데 이참에 외국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봐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프랑스는 2016년에 광역지자체 단위인 레지옹(Region) 22개를 13개로 통합하고, 기초자치단체 코뮌(Commune) 여러 곳을 묶어 행정단위를 넘어선 도시계획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또한 영국은 21년 전에 이미 런던시와 주변 32개 지차체를 아우르는 광역런던정부(GLA)를 출범시켜 행정 경계를 넘어서도록 제도화한 사례도 있다.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실리콘밸리 탄생은 지방연합이 그 배경이 되었다. 즉 샌프란시스코 연안지역 100개 도시와 9개 카운티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지방정부 연합(ABAG)’을 구성·운영한 것이 세계 최고 창업벨트의 모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해양수도 부산의 법제화와 가덕도 관문공항 건설 등 여러 현안 해결에 하나의 물꼬를 터줄 소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적어도 경제적 실리 관점에서 지자체 간 협력과 연대, 통합의 필요성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시사해 주기 때문이다.
첫째, 지자체별로 분산된 산업지도를 광역화하여 가치사슬 분야를 효율적으로 개편함으로써 해당 지역 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시너지 효과를 가능케 해준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인접 5개 광역권이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 전체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성장 잠재력을 확산시켰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지역 연합체 내 기업에 대해 지자체 영역에 관계없이 공통의 지원 프레임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기업활동의 창의성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탄탄한 협력을 상시화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실리콘밸리의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된 것이 이 범주에 속한다.
셋째, 인근 지자체가 서로 협력하여 공통의 대형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기폭제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간사이 공항 프로젝트가 이러한 사례다.
부울경은 한반도 동남부의 지역적 기반이 같고, 자동차 조선 기계를 중심으로 각종 산업이 서로 맞물려 있어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지역이다.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의 경우 울산은 수소 자동차, 창원은 수소 충전, 부산은 수소 모빌리티 등 상호 협조해야 할 분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역 간 경계로 인해 주요 지원 정책들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광역지자체 경계를 넘어 비즈니스를 행하는 기업들에게는 비효율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주거지와 공장 혹은 본사 소재지가 다른 경우 어느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진흥원이 청년들에게 전기차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데 부산에 거주하면서 양산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청년들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가덕신공항 논의가 특별법화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부울경 광역지자체 간 협력과 연대 논의는 앞으로 더욱 뜨겁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먼 행정통합을 향한 목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오사카시와 오사카부 간 행정통합이 물 건너 간 사례가 이를 웅변해 준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기득권층의 반대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환경적 여건 또한 갑작스럽게 변화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 통합이전에 경제적 실리 차원에서 지자체 간 제도의 동질화 및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 실현 가능한 분야부터 착수하는 것이 그 지름길이라 본다.
진흥원은 이런 점을 감안하여 부울경 지역 경제진흥원과 협력함으로써 스타트업 투자유치 IR, 바이어 초청 자동차 부품 상담회 등 산업진흥 행사를 공동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노력을 더욱 가속화하여 부울경 메가시티 시대를 여는 데 조그만 기여라도 해 보고자 한다.
부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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