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가벼운 차림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문화 편의시설이 부산의 구군별로 상당한 분포차를 보이고 있다. 도서관 공연장 서점 공방 등이 많이 몰려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가 최대 수십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가 2018년부터 3년간의 공공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시설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차원의 문화 마인드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단 분석을 보면 생각보다 실태는 심각하다. 세금으로 짓는 공공도서관의 경우 해운대구는 7곳, 기장군과 북구도 5곳이나 된다. 그러나 사상구 서구 중구는 각 1곳에 불과하다. 장서수는 적으나 접근성이 뛰어난 작은도서관도 기장군은 59곳, 해운대구는 54곳에 이르지만 중구는 7곳 밖에 안된다. 구별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격차가 크다. 공연장은 더하다. 가장 많은 남구는 16곳인 반면 강서구와 연제구는 각 1곳이다. 그것도 300석 미만의 소규모다. 주부나 노인의 취미활동에 유용한 생활문화프로그램의 경우 부산진구는 420개가 넘지만 영도구나 북구는 50개가 채 안된다. 서점도 해운대구와 금정구는 20곳 이상이지만 서구와 영도구는 각 3곳에 불과하다. 부산진구에 75곳이나 있는 공방이 영도구 사상구 서구 동구는 10곳에 못 미친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규모가 크든 작든 현실이 이렇다.

시설별 편중도에서 여건이 좋은 구와 나쁜 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해운대 기장 부산진 등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반면 영도 연제 서 동 등은 열악하다. 물론 공공 문화 인프라는 지자체의 재정 상황, 상주인구 규모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문화시설 현황이 상위권인 지자체는 재정자립도도 부산시 전체의 평균 이상이거나 그 언저리에 있다. 부산시의 지원 액수에도 차이가 난다. 기장은 6.3%이지만 연제는 1% 밖에 안된다. 자체 예산이 워낙 부족한데다 지원도 적다는 핑계를 댈 만하다. 그러나 문화가 꼭 돈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더 중요한 덕목은 관심이고 안목일 수 있다. 공공의 마인드가 없는데 민간이 따라갈 리 만무하다.

부산의 문화시설은 언제나 전국 주요 도시와 비교해 꼴찌 수준이다. 작년 수치를 대입해도 인구 100만 명당 문화시설수가 광주는 49.4개로 가장 많고 서울도 42.1개나 되지만 부산은 36.3개로 7대 도시 중에서 제일 낮다. 이런 조사를 할 때마다 결과는 늘 비슷하다. 문제점은 드러났지만 개선 속도는 느리다. 부산에도 얼마전 개관한 부산도서관과 공사 중인 국회도서관 부산분관 등이 있고 국립아트센터나 오페라하우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랜드마크급 대형시설 못지 않게 자그마한 공간이 많아야 시민이 문화를 피부로 느낀다. 어린 시절의 이런 체험은 평생을 좌우한다. 같은 세금을 내면서 지역별로 문화 향유의 기회가 이렇게 달라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