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부산시가 ‘부산광역시 자치경찰 사무와 자치경찰 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해 시민 의견을 받고 있다. 자치경찰사무의 구체적 사항 및 범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임명·운영과 관련한 사항, 실무협의회 구성·운영 등을 담은 이 조례안은 자치경찰제 관계 법령에서 위임된 사항 및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함이다. ‘부산형 자치경찰제’ 실현을 위한 근거가 되는 셈이다. 이 조례안은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3~4월 중 시의회에 상정되고, 시의회 심의·의결 과정을 통과하면 공포·시행된다. 지금까지 국회 입법과 정부 표준 조례안 마련 과정에서 담을 수 없었던 시민의 목소리를 수렴할 마지막 기회다.

자치경찰은 시민 곁에서 시민이 체감할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시장이 치안에 책임을 지고, 시민의 의사와 시의 특성을 반영한 자치경찰활동을 수행하는 제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대로만 활용하면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경찰 제도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는 본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밀려 정작 자치경찰제를 시행할 광역 시·도의 의견을 외면한 채 관련 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고, 시범 실시라는 완충 과정도 없이 7월 전면 시행해야 할 상황이다. 이는 제주도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자치경찰보다 못하다는 지적에서 확인되는 바이다.

사정이 이러니 정보·보안·외사·경비 등을 담당하는 국가경찰과 범죄 수사를 맡는 수사경찰, 그리고 생활안전과 교통 등에 주력할 자치경찰 등 ‘한 지붕 세 가족’ 형태의 경찰 조직에서 ‘부산형 자치경찰’ 모델을 찾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시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 제공, 부산에 적합한 자치경찰 활동, 자치경찰과 시 행정조직 간의 효율적 연계 및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역할 분담이 그 예다. 자치경찰을 관리 감독하는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시민의 뜻이 모아져야 하는 이유다. 제도를 운영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도덕성 전문성 상징성 대표성을 고려해 적합한 사람을 추천하고 그 사람이 할 일을 제대로 규정할 수 있느냐가 자치경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판가름하는 큰 기준이라는 이야기다.

그동안 시와 부산경찰청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자치경찰제 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아왔다고 한다. 지금까지가 수면 아래에서의 준비라면 이제부터는 시민과 함께하는 단계이다. 시민 의견은 피부에 와 닿는 치안 수요 발굴 및 치안 활동으로 수렴될 듯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와 경찰이 시민을 앞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행 착오를 최대한 줄여서 치안 공백이 생기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생활 전반에서 치안 서비스가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조례안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시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