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를 두고 박범계 법무장관과 갈등을 빚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철회했다. 청와대는 22일 “신 수석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대통령에게 일임했으며, 직무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사전 조율 없이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불거진 두 사람의 대립은 이로써 봉합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는 두 사람과 법무부·검찰의 어긋난 관계가 더 틀어지지 않도록 미봉한 것일 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근원적 문제 해결 시도와 지속적 화해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 한 언제든 악화될 수 있는 사이여서 여전히 위태롭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법·검 갈등 해소 실패에 있다. 신 수석은 김종호 전 민정수석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다툼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법·검 중재 사명을 띠고 부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출신자를 민정수석에서 배제한다는 임용 원칙을 어기면서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을 선임한 건 추·윤 갈등에 따른 국정 혼란 수습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검찰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작 검사장급 인사에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윤 총장의 이동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신 수석이 법·검 중재 사명을 수행하기 힘들어졌다. 신 수석 기용의 진의에 의문이 쏠리는 이유다. 문 대통령의 답변이 필요한 대목이다.

검사장급 인사와 달리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선 법·검 조율이 이뤄졌다. 검찰은 중간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에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사건의 수사팀을 교체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는 월성 사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 등 수사팀의 부장검사와 한동훈 검사장 사건 처리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장과 대립해온 서울지검 형사1부장을 유임 발령했다. 신 수석과 갈등 끝에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의 사의 철회 배경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다수 국민은 검찰 개혁에 찬성한다. 관련 법안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무리수가 있었지만, 검찰을 견제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을 지지한 것도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도록 개혁해주길 소망한 까닭이다. 수사종결권 등 많은 권한을 검찰에서 경찰로 넘긴 데 동의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그런데 사정기관 재편이 ‘살아 있는 권력’ 보호 목적에 닿아 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정권 실세가 연루된 일부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더뎌서다. 그 의심이 사실이라면 검찰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의 법·검 중재 사명을 분명히 밝혀 의심을 해소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문 정부의 권력 누수와 국민의 권리 누수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