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부산 지역 4년제 대학의 추가모집 인원이 작년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15개 대학의 정원이 3만3134명인데 약 14%인 4626명이 등록하지 않은 탓이다. 작년 1266명의 3.7배 수준이다. 정원을 채운 곳은 부산교대가 유일하고 나머지 14개 대학 중엔 최소 수십명에서 최대 800명 이상 학생이 부족한 곳도 있다. 국립대인 부산대와 부경대마저 결원이 생겼다. 추가모집을 실시한다 해도 정원을 맞추는 대학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지역 대학가에서는 그야말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이다.

지역 대학의 대규모 미달 사태는 정시 모집 때부터 예견됐다. 당시 평균 경쟁률이 중복 지원 등을 감안한 마지노선인 3 대 1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 내용은 예상보다 충격적이다. 일부 대학은 신입생 정원의 60~70%도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형편이 조금 낫다는 3개 국립대도 220명 이상 결원이 나왔으니 사립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자연계 중에서는 인기가 있는 의대나 치의대에서도 미달이 나왔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장학금 제공, 수업료 면제, 해외연수 등의 특전을 제공하는가 하면 수능 미응시자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아예 없앤 대학도 있다. 이런 상황은 비수도권 대부분이 비슷하다.

실태는 심각한데 묘수가 딱히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방 대학의 학생 부족은 학령 인구 감소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 입장에선 설상가상의 고통이 있다. 수도권 집중의 가속화이다. 안 그래도 대학에 들어갈 자원이 부족한데 그나마 있는 학생도 수도권으로 몰리는 바람에 지방대의 위기는 더 심화되는 구조다. 올해 전국 162개 대학의 추가모집 인원은 2만6129명으로 16년만의 최대라고 한다. 그러나 그 수치의 91.4%가 비수도권 대학에서 나왔다. 인구 감소의 폭탄이 유독 지방대로만 쏠리는 것이다.

지방의 아우성에도 정부 지원은 여전히 수도권에 편중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대학교육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일반 분야의 정부 재정지원 규모가 비수도권은 대학당 121억 원으로 수도권 225억 원의 절반에 그친다. 지방 대학이 존립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자체 역량 강화가 우선이긴 하다. 시대에 맞는 학과 개편, 대학별 특성화 방안 모색, 자체 구조조정 등 변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큰 틀의 육성과 지원책이 없다면 이 또한 공염불이 될 공산이 높다.

지방 대학의 소멸은 지방 경제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지방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지방의 소멸은 곧 국가의 소멸이다. 지방 대학 살리기는 국토 균형개발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기 전에 대학 자체는 물론이고 정부와 지자체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