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일자리 가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부산의 실업률은 5.8%로 환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치(5.7%)를 웃돈다. 장기불황에다 3차례에 이르는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소상공업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아르바이트마저 씨가 마를 지경이다. 청장년, 노년 할 것 없이 공공근로로 몰린다. 올해 1분기 관련 구직 경쟁률은 14.1 대 1로, 지난해(4.9 대 1)의 3배 수준이다. 마를 대로 마른 노동시장을 적실 일자리 단비가 간절하다.

시가 올 상반기에 8조686억 원의 재정을 집행하기로 한 건 그래서다. 상반기 집행목표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마땅한 조처다. 재정을 한 푼이라도 더 빨리 집행해 메마른 경제수로에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관건은 최대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효율적 집행이다.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분야 위주로 재정이 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자칫 허튼 곳에 썼다간 혈세만 낭비할 따름이다. 전국민 위로금 지급 논란이 우려스러운 건 이런 까닭에서다. 포퓰리즘 정책이 활개 칠 개연성이 높은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정국이 아닌가. 지난해 5월 지급된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투입재원 대비 매출증대효과가 26.2~36.1%에 불과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유념해야 한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전국민 위로금을 두고 논란을 벌이기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지원에 관심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OECD 회원국 중 자영업의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이것이 사라진 일자리를 되살리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어서다. 정부와 여당이 최근 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한 ‘손실보상제’ 도입 연구용역에 착수한 건 잘한 일이다. 야당도 전국민 위로금이 아닌 손실보상에 힘을 모으자고 주장한다. 모처럼 여야의 의견이 일치되는 사안인 만큼 제도 도입을 서두르기 바란다.

아울러 물가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실직 등으로 수입이 줄어든 가계를 유지하려면 지출 절감이 필요해서다. 그런데 수입이 급감한 가운데 물가 상승으로 지출마저 늘어날 상황에 처한 게 작금의 현실이다. 지난달 부산의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올랐다. 양파·고등어를 비롯한 농축수산물은 11.1%나 급등하는 등 서민과 직결된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양상이다. 부동산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부동산 오름세는 12월까지 무려 29주나 이어졌다. 지난 한해 부산지역의 상승률은 8.19%로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폭은 줄었지만 오름세는 여전하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수입이 아무리 많이 늘어나도 지출이 그 수준을 웃돈다면 생활은 쪼들릴 수밖에 없다. 하물며 코로나로 수입이 곤두박질치는 형편이니 오죽하겠는가. 코로나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면 일자리 창출, 물가 관리 등 민생의 어느 한 요소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