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의가 뜨겁다. 여당 내부에서도, 여야 간에도 다양한 쟁점이 형성됐다. 기본소득은 정부가 모든 개인들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기본소득론의 내용도 천차만별이기는 하다. 월 지급액을 얼마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상이한 기본소득론에도 공통성은 존재하는데 모든 개인에게 지급한다는 점이다.
최근 기본소득 관련 논의가 쟁점이 된 직접적 배경에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형태를 두고 논란이 일면서이다.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여당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한 피해보상 차원에서 소상공인 등에게 지급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재보궐선거 이후 다시 논의하자는 태도이다. 여당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5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듯하다.
필자는 현 시점에서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회의적이다. 1차 재난지원금의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사용하는 자료나 분석 방법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있다. KDI는 재난지원금 1만 원을 더 지급했을 때 2600~3500원 더 소비한다는 결과를 제시했고, 강창희 외(2020) 등의 연구에서는 3600~4200원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효과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억제된 측면이 있었고, 사용 시기가 제한되었던 점도 작용했다. 누군가처럼 경기 부양 효과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단기적인 매출액 상승이 소상공인 매출액 증대에 얼마만큼 기여했는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경남연구원 등 7개 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1차 긴급재난지원금 등은 식자재 및 기타 가사용품 등 필수재 소비에 가장 많이 사용됐다. 그런데 가장 큰 피해를 본 여행업 등 대면 서비스 사업의 소비 증진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 경남 소상공인 3만 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소비가 증가했다고 답변한 소상공인은 34%에 불과했다. 특정 업종과 사업자에 소비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1·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득 효과를 비교해보면 필자의 이와 같은 입장에 독자들이 더 동의할지 모르겠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가구원 수를 고려한’ 가구균등화 소득분위별 수령액 차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고소득층인 4, 5분위 가구가 미세하나마 1, 2분위보다 평균 수령액이 더 많다.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평균 가구원 수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가구에게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가구 간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가 가장 컸던 인구층은 고용인 없는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 코로나19 이전 임시직 노동자였거나 고용인 있는 자영업자였다가 코로나19 이후 ‘실업자’가 된 이들이다. 상용직 노동자나 실업자가 아닌 임시직 노동자, 사업을 지속하는 고용인 있는 자영업자들은 2020년 9월에 이르면 전년 동기 대비 소득 감소율은 크지 않았다. 2차 재난지원금이나 경남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분위가 낮은 계층에게 지급되거나 피해를 본 계층에게 지급되었기 때문에 피해집단이 더 많이 수령했다. 저소득층 생계 지원 및 소득재분배 효과가 컸다는 의미다.
필자가 모든 가구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이라 해서 차등적으로 지급된 2·3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코로나19 방역의 직·간접적 효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현재 논의되는 ‘19.5조 원 + 알파’보다 더 많은 지원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득 피해가 거의 없는 나 같은 상용직 노동자까지 지원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 돈은 피해자를 더 두텁게 지원하거나 다른 형태의 경기 부양에 쓰도록 하자. 카드로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보다 생활 SOC 건설 등이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훨씬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현금보다 현물이 시민 일반의 복지를 더 증진시키는 측면도 있다. 이상의 논의는 기본소득론에 대해 필자가 비판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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