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염전의 호수란 뜻의 용호동은 일제강점기부터 31개 분개염전에서 천일염 생산을 생업으로 하던 주민과 연안어업에 종사하는 어민이 모여 사는 어촌 마을이었으나 1959년 사라호 태풍이 휩쓸고 간 뒤 폐업된 염전 자리에 매축공사를 거쳐 동국제강이 들어서면서 산업화 물결을 타고 도시의 면모를 갖추어 왔다.

지금은 동국제강과 용호농장이 이전한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상전벽해가 되고, 밀집 주거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경성대에서 오륙도 해맞이 공원까지 트램(노면전차)을 건설하는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기존 도로에 트램을 설치하면 차선이 줄어 교통 불편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많은 민원이 발생할 것이나, 교통정책의 제 1순위 목표는 자가용이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사람이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이며 자가용은 그를 위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전제로 트램 건설 계획은 추진될 것이다. 하지만 교통 정체를 전제로 한 사업 진행은 주민은 물론 부산 시민을 설득시킬 충분한 수요성과 경제성을 필요로 한다.

트램 건설을 위해서는 목적교통수요가 생활교통에 머무르지 않고 관광교통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용호동은 이기대와 오륙도라는 천혜의 관광자원과 일제강점기의 포진지, 광물채굴광산, 해산물 먹거리촌 등 알려지지 않은 관광자원의 보고이다. 개발계획을 수립 중인 씨사이드 파크 단지와 백운포 마리나항을 개발한다면 즐기고 볼거리가 풍부해진다.

씨사이드 파크는 테라스와 스퀘어 및 스탠드 공간을 조성해 쇼핑몰 씨푸드 음식점 북스토어 조형물 설치 등 지역 문화 체험과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씨사이드 개발과 함께 신선대 터미널과 백운포 체육공원을 잇는 도로터널을 개설한다면 용호로의 교통량 분담 효과와 관광객의 유치 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도로터널계획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서 계획이 해제되었지만 다시 개설하는 데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북항의 관문을 조망하는 명당에 위치한 천주교 묘지공원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펜션단지를 조성하면 용호동은 체류형 관광지로 명성을 높일 수 있다.

용호동 산 232 일원 약 7만5000평의 천주교 묘원은 1970년대 초반까지 천주교 신도 가족과 용호농장 빈민의 공동묘지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이장돼 자연녹지로 남아 있다. 이 임야는 1980년 신군부 정권에 의해 국가에 강제로 강탈헌납되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천주교 재단으로 환수되었다. 환수하는 과정의 이권 다툼이 잔존해 있으나 공공개발로 추진하면 이권 다툼은 해소되리라고 본다.

이용률이 저조한 백운포 체육공원을 재단장해 국내 동계 전지훈련장으로 활용하면 관광개발 효과는 배가 될 터이다.

그렇게 된다면 트램 건설에 필요한 수요성과 경제성은 충족될 것이다. 트램 노선을 따라서는 아르테코 양식을 차용한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여 가로 상권을 활성화함으로써 관광객 증가와 주민 소득 증대를 이룰 수 있다.

트램 건설도 철로를 깔지 않고 무가선으로 운행하는 ART 기차를 도입하면 중국의 주저우시처럼 트램의 선진화도 가능하다. AI 기술, IoT 기술을 도입해 무인운영하면 기존 트램을 운용하는 다른 국제도시들보다 우위에 서는 첨단도시교통 시스템을 갖춘 국제도시로 우뚝 서게 된다.

연간 트램 운영비 21억 원 정도를 시 재정에서 지원한다면 호주 시드니의 시내 트램처럼 관광객에게는 최소한 무료탑승의 즐거운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

사계절 문화가 살아 숨쉬고 시민과 관광객이 공존하는 용호동이 되고, 걸어다니는 그곳이 즐겁고 행복한 장소가 되며, 경관이 아름답고 물과 공기가 맑은 관광지가 될 것이다.

민관협력사업으로 관광도시 용호동으로 거듭나길 꿈꾸어 본다.

㈜이화기술단 대표이사·대한토목학회 부울경지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