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가운데 정시성 측면에서 최강자인 부산도시철도의 사용 편의성 부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보행 약자를 배려한 에스컬레이터 등 편의시설 설치율이 전국 대도시 가운데 꼴찌라고 하니 아쉬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가뜩이나 노령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부산이고 보면 이 같은 현실이 더욱 뼈아프다.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도시 중 1985년 가장 먼저 도시철도를 도입한 도시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열악함이다. 오죽하면 참다 못한 시민이 보행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캠페인에 나섰을까 싶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에 대해 노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중·장기 편의시설 계획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부산도시철도가 ‘계단지옥’으로 불리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실제로 국가철도공단 공공데이터에 뚜렷이 드러난다. 부산은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6개 도시 중 에스컬레이터가 1곳 이상 설치된 역사의 비율이 가장 낮다. 114개 역사 중 34곳(29.8%)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아예 없다. 서울은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역사가 292곳 중 44곳(15.1%)이며, 인천은 56곳 중 2곳(3.57%)에 불과하다. 대전은 22개 역사 전부에 에스컬레이터가 운영된다. 특히 노인 인구가 밀집한 원도심을 관통하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은 역사 40곳 중 절반인 20곳에만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다.

물론 이렇게 1호선의 설치율이 낮은 것은 1985년 1호선 건설 당시 교통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자리 잡지 못한 탓이 크다. 2006년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의무 설치 기준조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에스컬레이터를 대체할 엘리베이터 역시 충분치 않다. 부산지역 전체 도시철도 역사의 출입구는 643개인 반면, 엘리베이터는 441기에 그친다. 이 중에서도 외부와 역사 내부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는 226기뿐이다. 이해 못할 사정은 아니지만,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법령이 마련된 2006년 이후 보다 적극적인 편의시설 확충 노력이 부족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산에 비해 11년이나 앞선 1974년 1호선이 개통된 서울의 경우와 비교해 봐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당국의 정책적 의지와 예산 마련 노력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가장 열악한 도시철도 1호선부터 차근차근 보행 편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5년 단위 중·장기 계획 마련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비가 지원됐지만,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예산으로 재원을 부담해야 해 쉽지않다”는 등의 예산 타령은 이제는 제발 걷어치워야 할 때다.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19.5%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뒀는데, 한가하게 예산타령 할 때인가 말이다. 1주일 후 결정될 새 부산시장부터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한다.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세심히 살피고 개선하는 능력이야말로 도시 리더십의 기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