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물류 교통의 새로운 축이 될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 KTX)가 우여곡절 끝에 추진되고 있다. 2028년 서부경남 KTX가 완공되면 수도권과 진주, 거제를 2시간대로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의 확충으로 낙후된 지역을 탈바꿈시킬 견인차 구실이 기대돼 주민이 크게 반긴다.

서부경남 KTX는 경북 김천~경남 거제 172㎞에 5조6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노선은 1966년부터 추진됐지만 정부 재정 부족으로 사업이 미뤄지다 박근혜 정부 때 지역 공약으로 확정돼 2013년 11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이 없어 재정 사업은 힘들다는 결론을 내려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호 공약 사업으로 채택된 데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노선과 역사 위치를 확정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고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 국토부는 2개 노선을 제시했다. 1·2안 모두 시작점과 종착점은 김천과 거제로 같지만 직선화 비율과 역사 위치에 차이가 있다. 1안은 가야산국립공원을 우회하고 진주 도심 구간을 지하화하는 등 환경 피해 최소화에 주력했고, 2안은 직선화 비율을 높여 경제성에 중점을 뒀다. 김천 및 진주 역사는 기존 역사를 사용하고 경남 합천군 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에는 역이 신설된다. 국토부는 검토를 거쳐 1안을 최적안으로 본다.

하지만 서부경남 KTX가 관광 물류 산업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커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지역주민은 제각각 자기 지역과 가까운 쪽에 역사가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아 국토부의 결정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거제시 합천군 거창군 해인사 등에서 역사 위치를 두고 대립이 심하다. 거제시에서는 1안 상문동, 2안 사등면이, 합천군에서는 1안(합천읍 서산리), 2안(율곡면 임북리) 외에 해인사역 요구에 주민 및 주변 지자체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대립 탓에 앞서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린 공청회가 오히려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거제와 합천, 거창(해인사 포함) 지역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주민 간 갈등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거제에서는 사문동과 사등면 유치 갈등에 이어 거제면을 관통하는 노선의 상문동역 지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KTX 거제면 관통반대 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지난 5일부터 거제시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나서기까지 했다.

거창군도 해인사와 함께 해인사 역사 유치를 위한 각 읍·면 단위 해인사역사유치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잇달아 열고 세 결집에 나섰다. 청와대 앞 1인 시위도 수일간 벌였다. 합천군도 지난 15일 사회단체 대표 100여 명이 합천군청 앞에서 거창군의 행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 때문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접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과 지자체가 역사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이 이해 안 되는 바가 아니다. 서부경남 KTX가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무엇보다도 지역 발전에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에 선정돼야 하고, 여기에 정치적 논리, 특정인의 이해관계, 지역의 힘이 개입되어선 곤란하다.

2개 안의 장점을 섞은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이 발품을 팔며 주민을 찾아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적절한 절차를 거쳐 원만하게 역사 위치를 결정한 고성군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기본·실시설계 과정을 거치는데 2, 3년이 소요되고 일정상 2023년 초 착공이 돼야 예정대로 완공할 수 있다. 2028년 완공을 위해 국토부의 계획대로 다음 달 서부경남 KTX 노선이 결정돼야 한다. 주민 간 갈등과 대립의 씨앗을 더는 키워서는 안 될 일이다. 당국과 지자체, 주민의 현명한 대처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남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