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같지 못하지만 그래도 올림픽은 국민적 관심사다. 코로나19로 우울한 요즘 사이다 같은 승리 소식에 잠시 시름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워서 저녁에 문을 열어 놓고 TV를 보는데 한국 선수가 잘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파트에서 함성이 울리는 소리를 듣곤 한다.

17세 천재 궁사 김제덕이 쏘는 활에 마음도 시원하게 날아가는 느낌이다. 어디 가서 시원하게 소리 지를 수 없는데 김 선수의 벼락 같은 “코리아 파이팅” 소리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개인전에서는 ‘왜 조용하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도 소리를 질러서 목이 쉬었다고 한다. 소리를 지르지 못해서 그런지 그는 32강에서 탈락했다. 소감이 궁금했다. “혼자서 하는 경기는 믿을 게 나 자신밖에 없어 그게 부족한 것 같다. 끝나고 나니 속은 뻥 뚫린다. 더 배워야겠다”고 말했다. 정확한 분석이고 바른 자세다. 역시 젊음이 좋다. 김 선수는 배우는 즐거움을 아는 것 같다. 그는 한국인이 딴 하계올림픽 메달 중 91, 93번째 메달을 목에 건 체육인이 됐다.

한국인 첫 메달은 모두가 알다시피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양정모 선수다.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실업팀 감독으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100번째 금메달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한국인 중 금메달을 가장 많이 획득한 사람은 누구일까. 두 사람이다. 사격의 진종오와 양궁의 김수녕. 두 사람 모두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전체 메달 개수에서도 두 사람은 같다. 진종오가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로 총 6개, 김수녕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총 6개의 메달을 땄다. 진종오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추가했다면 한국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리스트가 됐을 텐데 아쉽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 못지 않게 필자의 관심을 끈 선수는 미국의 체조여왕 시몬 바일스(24)다. ‘때로는 정말로 어깨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처럼 느껴져 …. 제길 가끔은 힘들어, 하하, 올림픽은 장난이 아니거든’.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올림픽 스타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며 기계체조 단체전에 출전했다가 한 종목만 뛰고 기권했다. 결국 미국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이어 2위에 그쳤다. 미국체조협회는 그가 의학적인 이유로 기권했다고 했지만 그는 “우리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우리도 결국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하기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보호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이 나간다. 나의 건강과 안녕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딴 위대한 체조 선수다. 키 142㎝인 그는 미국에서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선수에게 붙이는 ‘GOAT(Greatest Of All Time)’로 표현되는 인물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체조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뒤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다. 그는 나사르가 주치의로 있던 체조 선수 중 유일하게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

원래 올림픽은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이 자국 청년의 체력 단련을 위해 창안했다. 쿠베르탱의 초기 구상은 전 세계인들이 모여서 스포츠 대회를 여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청년들의 신체를 단련하고 국민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민족주의적인 발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가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과 국제평화 증진으로 확장됐다.

이제 올림픽도 32회째(취소 포함)를 맞았으니 조금은 바뀔 때가 됐다. 미국과 소련이 체제 경쟁을 하던 냉전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그런 올림픽이기를 바란다. 편안하게 즐기는 올림픽이 되었으면 한다. 국가 소속으로 나오지만 개인이 자기가 연습한 것을 검증하고 자기의 한계를 시험하는 그런 축제가 됐으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앞세우지 말고 그냥 즐기자.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가 16강에서 탈락하자 “일본어도 못하면서 성화 마지막 주자를 왜 했느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던 일부 일본인처럼 올림픽을 대한다면 이런 이벤트를 왜 해야 하는지를 물을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올림픽은 돈이 안되는지 과거 대회가 열렸던 곳에서 다시 열리고 있다.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축구가 월드컵으로 독립해 올림픽을 능가하는 메가 이벤트가 된 지는 오래다. 테니스 골프 야구 농구 같은 종목은 프로 선수의 인기가 올림픽 챔피언보다 우위에 있다. 그래서 시설을 이미 갖춘 곳에서 돈을 적게 들이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도쿄가 이번에 두 번 개최한 것처럼 차기 대회지인 파리와 2028년 열리는 LA는 각각 세 번째 개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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