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전 부산시장 때의 일이다. 서 전 시장은 서부산시대를 열겠다며 ‘2030 등록엑스포’ 개최를 처음으로 추진했다. 서 전 시장이 개최 후보지로 낙점했던 곳은 강서구 맥도였다.

그런데 맥도는 한 가지 결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바로 비행기 소음이었다. 김해공항 활주로 남쪽 끝부분에 인접한 맥도는 착륙하는 비행기가 상공을 통과하는 길목이었다. 당시 비행기 소음이 얼마나 심한지 알아보기 위해 맥도에 두 번 갔다. 비행기가 가장 많이 몰리는 새벽과 오후 시간대의 모습을 따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맥도에서 비행기들이 하늘에서 줄을 서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 알았다. 커퓨타임(비행금지 시간)이 끝난 새벽 시간대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들이 남쪽에서 줄을 지어 접근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놀라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행기들은 쉴 새 없이 엄청난 소음을 뿌리고 맥도 상공을 지나갔다. 어쩌면 맥도 상공이란 표현도 정확하게 말하면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비행기 바퀴가 얼마나 닳았는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만큼 고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비행기 소음이 얼마나 컸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당시 세계적인 엑스포 전문가에게 맥도 소음에 관해 자문한 뒤 후보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전문가의 의견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고위 관계자에게도 전달했다. 하지만 맥도 관련 기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끝내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4년여 만에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2018년 민선 7기가 출범했다. 오거돈 전 시장은 취임 후 전임 시장의 정책들을 공론화 무대로 끌어내 검증했다. 뜻밖에도 엑스포는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후보지를 맥도가 아닌 북항으로 옮기고 유치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오 전 시장이 후보지를 변경한 배경에 세계적인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오 전 시장은 후보지를 바꿔 엑스포를 이어받았다.

민선 7기가 오 전 시장의 사퇴로 끝나고 박형준 시장이 보궐 선거로 취임했다. 박 시장은 같은 정당 출신인 서 전 시장의 대표 정책 엑스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박 시장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을 방문해 유치신청서를 직접 제출하고 엑스포 유치를 지휘하고 있다. 엑스포는 서 전 시장부터 오 전 시장을 거쳐 현재 박 시장까지 이어지면서 부산의 핵심 사업이 됐다. 장소만 맥도에서 북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왜 엑스포를 개최해야 하는가. 이 자리에서 경제적 유발 효과나 고용 효과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대신 다른 부분에서 답을 찾고 싶다.

서 전 시장은 부산의 미래를 서부산에서 구하려고 했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엑스포 개최(맥도)를 서부산시대의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오 전 시장은 북항에서 미래를 만들려고 했다. 박 시장의 미래도 북항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세 명의 시장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끄집어내면 엑스포가 부산의 미래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엑스포는 인류 미래를 추구한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에서 ‘주제’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산과 인류 모두 엑스포에서 미래를 찾는다는 것만으로도 부산이 엑스포를 개최해야 하는 명분이 될 것이다. 상상해 보자. 고령화와 인구 감소, 경제 위상 하락으로 벼랑 끝에 몰린 부산과 기후변화·전염병에 시달리는 인류가 북항에서 만나 미래를 고민한다면 그것만큼 부산 역사에서 극적인 장면은 없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북항과 인근 지역은 불과 200년 전까지 바다였다. 당연히 세계 지도에서 찾기조차 어려웠다. 반면 부산의 경쟁 상대 중 한 곳인 러시아의 모스크바는 200년 전 부산과 비교할 수 없는 세계적인 도시였다. 200년 만에 부산은 모스크바와 엑스포 개최를 놓고 경쟁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부산과 모스크바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는 지금, 부산의 미래는 시작됐다.

경제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