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시행하는 ‘제3차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구축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환승센터 기본계획은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수립하는 환승센터에 관한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환승 인프라를 지금의 배 이상 확충해 3분 이내 환승을 늘리고, 주요 역사의 환승거리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일 방침이다. 하지만 신규 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부산 등 지방에는 이미 완공됐거나 진행 중인 사업이 많아 수도권 중심주의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게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환승센터다. 국토부는 부평 양재 의정부 등 수도권 20곳에 GTX 개통시기에 맞춰 환승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반면 지방에는 서대구 울산 등 7개 KTX 주요 역사에 환승센터를 설치한다. 부산 명지신도시와 사상, 대저 등 지역 교통거점 20곳에도 환승센터를 조성한다고 밝혔지만, 부산의 경우 신규 사업은 전무하다. 명지환승센터는 올해 3월 완공됐고, 사상환승센터는 2023년 준공 목표로 현재 실시설계 중이다. 대저환승센터는 수요조사 결과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부산시가 국토부에 사업 보류를 요청한 상태다. 그런데도 세 사업이 이번 계획에 포함됐으니, “지자체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안을 마련했다”는 국토부 발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중심주의의 극치는 환승센터를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총괄계획단 제도’의 시범 사업지가 모두 수도권(양재 수원 송도 등 9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국토부는 교통·도시·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검토를 통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총괄계획단 제도를 도입해 미국 세일즈포스 트랜짓센터나 스위스 아라우역 같은 고품격 환승센터를 건립할 작정이다. 그런데 총괄계획단 제도 적용 사업지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으니, 지방은 수도권의 들러리로 전락한 셈이다. 환승센터 랜드마크가 지방에는 불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국토부에 묻고 싶다.

부산시는 수도권 편중성을 문제 삼고 국토부에 시정을 요청해야 한다. 에코델타시티 조성과 가덕신공항 건설 등 동남권의 미래 교통지도를 일신할 만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도 환승센터 기본계획에 이런 중요 변수들이 반영돼 있지 않은 점 또한 묵과해선 안 된다. 이러고서도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했다’면, 이는 기만이나 다름없다. 마침 국토부는 이번에 철도 등 주요 교통시설의 초기 계획 단계부터 연계 환승체계가 검토되도록 하는 ‘환승체계 사전검토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지금처럼 교통시설 설치 후 환승체계를 검토하는 건 ‘사람 죽은 뒤 처방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니 바람직한 결정이라 하겠다. 이 제도를 부산 등 지역 환승체계에 우선적으로 적용해 이번 계획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