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부산항만공사의 남기찬 사장이 항만공사의 자율성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는 신문기사(‘부산항만공사, 해수부의 항만 민자개발 시도에 반발’ 국제신문 지난 25일 자 보도)에 눈길이 갔다. 남 사장의 주장에 신문마다 논점은 다르게 다루기는 했지만, 부산신항 피더부두의 민자개발을 추진하는 해수부의 계획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비슷하다.

BPA의 남기찬 사장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경련에서 1997년 9월 발간한 ‘항만의 경쟁력 제고 과제’라는 조사연구보고서의 작성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에 항만공사를 도입할 것을 처음으로 주장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남 사장뿐 아니라 그동안도 역대 항만공사 사장이 대부분 항만공사의 자율성 확대를 주장해왔다. 사장이 대부분 해수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었음을 감안하면 좀 의아한 면은 있다. 항만공사의 자율성 확대를 주장하는 사장에게 필자가 공사의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을 한 적도 있다. 항만공사의 자율성을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편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반론을 펴는 것은 필자가 법학자이기 때문이다.

남 사장이 제기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항만관리제도와 항만공사(PA)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항만관리제도는 항만을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운영하는 경우, 항만을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관리운영하는 경우, 항만을 민간이 소유하는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항만법상 항만은 국가가 소유하고 항만관리권을 해양수산부가 가진다. 예외적으로 어항이나 지방항은 지방자치단체에 항만관리권을 위임하고, 무역항 중 부산 인천 울산 여수·광양의 경우에는 항만공사에 항만관리권을 위탁하고 있다. 항만관리의 기능 중 중요한 기능의 하나가 항만 개발인데, 항만국유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국가가 항만을 개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재정 확보가 어렵거나 특정기업이 전용으로 사용할 때는 비관리청 항만공사 방식으로 국가가 아닌 민간이나 항만공사가 항만을 개발하고 국가에 기부채납한 후 다시 무상사용권을 얻어서 항만을 관리하거나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항만 개발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국가가 하는 것이 원칙이고, 항만공사에 관리권이 위탁된 항만구역에서는 공사가 개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항만공사는 1997년 전경련의 조사연구보고서 발표 이후 활발한 논의를 거쳐서 2003년 항만공사법이 제정되고 2004년 부산항만공사의 설립을 시작으로 인천 울산 여수·광양에 각각 설립됐다. 공사는 유럽이나 미국의 포트 오소리티를 국내에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항만의 공공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 공사 형태로 도입했다. 필자가 로테르담이나 미국의 경우를 봤을 때는 행정조직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우리나라는 상업성에 집착해서 공사 형태로 설립하도록 항만공사법에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공사는 공공기관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으로는 시장형 공기업에 해당한다. 항만공사법상으로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위탁받은 항만 관리권을 행사하고 그 범위 내에서 항만의 개발 관리 운영 기타 부대 사업을 할 수 있는 공기업에 해당한다. 시장형 공기업은 국가가 출자한 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출자 자산에 기업 운영으로 인한 수익을 국가와 국민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다. 또 무분별한 개발로 국가와 국민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어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사업 내용에 대해서는 항만국유제하에서는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에 근거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임된 사업만 추진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남 사장이 주장하는 항만공사의 자율성 문제는 그 본질이 다소 다르게 보인다. 국가 이외의 개인이나 단체가 항만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항만공사를 설립해서 특정 구역의 항만 관리권을 위탁했다면 당연히 공사가 수요를 파악해서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돼 있다. 이것은 항만공사제도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항만공사의 자율성 확대까지 언급될 일도 아닌 듯하다. 수요가 있다면 당연히 공사가 계획을 수립하고 국고든 자체 재원이든 재원을 확보해서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외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구역에서 수요에 대비한 재원 확보가 어렵거나 민간이 단독으로 사용할 용도인 예외적인 경우에 민간에 비관리청항만공사를 시행하는 것이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의 기본적인 이념이다.

신문기사에서 암시한 것처럼 공사의 관할구역 내에서 민간에 의한 비관리청공사를 추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간 자행된 산하기관 쪼개기 행태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