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의 현지실사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2023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실사가 6개월 가량 앞당겨진 탓이다. BIE 실사팀이 한국에서 둘러보고 평가할 후보지는 1, 2단계로 나눠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부산 북항 일원이다. 이중에서도 2단계 부지 대부분이 엑스포 예정지에 포함돼 있다. 현장 상황, 행사 주제,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부산이라는 도시가 차별성을 갖추는 데 필요한 준비시간이 많지 않다.

모스크바나 로마가 아니라 왜 부산이어야 하느냐에 대해 BIE 회원 169개국을 설득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전 인류를 지향하는 보편성과 함께 예상을 뛰어넘는 참신함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의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이다. 기후 위기와 사회 양극화 등 지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테마는 일단 BIE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부산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무엇을 핵심 콘텐츠로 제시할지 보다 세밀한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하이 밀라노 두바이 오사카 등 기존 개최지나 개최 예정지의 사례를 토대로 장점은 흡수하되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킬링 포인트를 구축해야 승산이 생긴다.

테마 현장 교통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부산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선 직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개최지 현황부터 그렇다. 아직도 미군 55보급창, 국군항만운영단, 8부두 등 예정지와 인접한 군 부대 시설 이전 협상에 진전이 없다. 이 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 못하면 엑스포의 최소 부지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북항 2단계 재개발도 BIE 실사 전에 예비타당성 조사만큼은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교통 문제 또한 난제다. 엑스포 예정지까지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개최 전에 가덕신공항이 완공되어야 한다. 2029년 개항이 목표라고는 하지만 언제 어떤 지연 사유가 불거질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이 모든 걸림돌과 우려사항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엑스포 유치의 주체인 정부와 개최지인 부산시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경제계의 협력이 절실하다. 특히 여야 정치인들은 립서비스만 남발할 게 아니라 부산 유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반년째 국회에서 자고 있는 엑스포 지원 특별법 입법 작업부터 조속히 매듭짓는 게 순서다. 경제계도 국내 대기업들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여론 조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 43조 원의 생산, 10조 원의 부가가치, 50만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세계 3대 메가이벤트가 엑스포다. 앞으로 남은 1년은 부산의 세계도시 도약 여부가 결정될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