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목장의 결투’.

어릴 적 지상파를 통해 보안관이 나오는 서부극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미국은 연방경찰 이전에 지방의 자치경찰이 먼저 생긴 나라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치경찰 시대가 개막되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불과 4개월여 만에 ‘일원화 모델’ 자치경찰제 법안이 마련되었다. 기존 경찰조직을 분리하지 않으면서 지방자치단체에 관할 지역의 치안 책임을 맡기고 그 임무를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수행하는 제도이다.

부산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5월 초에 출범하여 그간 부산의 모든 경찰서, 지역 치안에 관계된 기관·단체, 언론사 등을 방문해 제도 시행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수렴해 왔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이므로 시민의 세부적인 이해와 공감을 얻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방분권’과 ‘주민참여’로 지방자치의 완성을 이룬다는 의미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며 큰 기대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초대 위원회로서 부산을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로 탈바꿈시켜야겠다는 책임감과 아울러, 함께 풀어가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본 시간이었다.

부산자치경찰위원회는 시의 협조로 추경 예산을 확보해 시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치안 인프라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보행 신호 자동연장시스템을 장착한 스마트 횡단보도를 도입하고, 아동학대 신고 사건의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아동학대 전담 보조 인력을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남구에서는 올해 관내에서 일어난 강력 사건을 거울삼아 그간 선언적 의미에 그쳤던 ‘범죄예방 도시디자인 조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고, 국토교통부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300억 원대 공모사업에 도전한다. 자치경찰제 취지를 앞서서 살려가는 이상적인 모습을 여기서 찾는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인한 잡음도 만만치 않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소외된 데 이어 재정 부담만 떠안았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현 제도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크지 않아 인지도는 낮고, 시·도와 자치경찰위원회에 부여된 권한도 형식적이어서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물론 개선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청와대는 전국 시·도 자치경찰위원장 초청 간담회를 열고,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자치경찰제가 현장에서 원활히 정착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한편, 시·도 자치경찰위원장들은 최근 전국 자치경찰위원회 협의체 구성을 위한 회의를 열어, 제도의 현장 안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으로 자치경찰제도의 보완 입법과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단일 창구가 마련된 만큼 진전을 기대한다.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작은 어항에서는 몇 ㎝, 수족관에서는 몇십 ㎝까지만 자라지만, 큰 강물에 풀어주면 1ｍ 넘게 훌쩍 자란다. ‘자치경찰’도 그렇다. 정부와 국회,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와 그 주민이, 자치경찰이 커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무궁무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자치경찰제가 발전한 나라를 가보면 그 도시의 경찰은 모두 ‘내가 사는 도시를 내가 지킨다’는 자부심이 크다. 그리고 매년 경찰 기념식에서 세금으로 산 순찰차 드론 헬기 등을 선보이며 시가를 행진하면서 최선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다짐한다.

10년 후 우리나라 최초로 등록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부산에서 부산자치경찰이 시민의 성원에 보답하는 퍼레이드를 할 날을 꿈꾸어본다.

부산자치경찰위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