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물가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서민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야속한 상황이다. 수치로 나타나는 소비자물가는 비상등이 켜진데다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 그 자체다. 특히 사과를 비롯한 추석 성수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정부 다짐이 지켜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차례상 준비를 하려고 시장을 찾은 서민은 “과일이든 고기든 안 오른 게 없다”며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다. 차례상을 마련하는 비용이 지난해보다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비단 추석 성수품 뿐만 아니라 석유류 가격이나 영화관람료 등도 함께 뛰고 있어 서민의 시름이 더 깊어진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월급 빼곤 다 오른다’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달 부산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108.11로 지난해 8월의 105.56보다 2.55포인트, 2.4% 올랐다.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처럼 2%를 웃도는 부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동안 이어진 건 2012년 2~6월 이후 9년여 만이다. 부산보다 경남과 울산의 상승률은 더 높다. 경남은 2.8%, 울산은 2.9%다. 전국 평균은 2.6%를 기록했다. 물가 고공행진 기류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농·축·수산물과 국제유가 등 공급 측면의 상승 요인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물가 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면 더 심각한 현실이 드러난다. 지난달 부산의 생활물가 지수는 2.9%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사과는 86.6%로 가장 높다. 복숭아 65.3%, 시금치 40.1%, 계란 36.6%, 마늘 22.4%, 식용유 21.5% 등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해 석유류 가격은 22.0% 급등하며 부담을 키웠다. 휘발유가 21.0%, 경유는 24.1%, 자동차용 LPG는 26.2%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관람료는 22.9%, 국내 단체여행비는 5.7%, 구내식당 식사비는 4.0% 올랐다.

사정이 이러니 차례상 차리기가 겁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을 이용할 때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은 27만4500원으로 지난해보다 1.5%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대형마트를 이용할 경우엔 이보다 많은 38만3820원으로 2.4%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이 이러하다는 것이지 실제로 장을 보려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소득하위 88% 가구에 1인당 25만 원씩 풀리고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도 여전하다. 곳곳에 물가 악재가 겹치는 형국이라는 이야기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효율적인 물가 안정 대책이 절실하다.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은 물론 물가 상승세를 관리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