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수요와는 상관없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자동 배정하게 돼 있는 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최근호에 실린 기획재정부 담당과장의 기고문이 계기다. 전국 17개 교육청에 배분하는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고정돼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세수는 늘게 마련이어서 학생수 격감에 의한 교육재정 수요 감소 추세와는 무관하게 교부금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기되어온 교육교부금의 재설계 필요성 논의가 기재부의 공식 문제제기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 53조 원에서 내년엔 64조 원까지 불어난다. 추경이 편성되면 교부금도 연동하기 때문에 최종 예산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 고령화로 학령인구는 해마다 수십만명씩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오히려 10~20%씩 늘어나는 것이다. 덕분에 학생 1인당 교부세는 2000년까지 200만 원대였으나 20년만에 1000만 원을 넘겼다. 교육청마다 못 쓴 돈이 연간 몇백억 원씩 쌓이고 있다. 부산교육청도 매년 800억 원~1000억 원의 잉여금이 생기고 울산이나 경남이라고 다르지 않다. 17개 교육청을 합하면 최근 5년간 수십조 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교육청 공무원이 대폭 증가해 인건비 지출이 커졌는데도 그렇다. 교육청 교부금 문제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됐다.

1959년 초등학교 의무교육과 함께 시행된 교부금은 당초 10% 수준이었다. 그러나 교육만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조에 따라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금의 20.79%에 이르렀다. 물론 교부금을 산정하는데 학생수라는 변수만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4차 산업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상당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 대비한 비대면 교육 예산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나 ‘교사 1인당 학생수’ 등의 지표를 보면 한국은 이미 OECD 평균을 훨씬 웃돌거나 근접한다. 아무리 교육환경 개선과 신규 교육과정에 많은 돈을 쓴다 해도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의 격감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약속한 재정분권을 완전히 이루려면 지방에 대한 지원이 지금보다 훨씬 더 두터워야 한다. 인구 소멸의 위기에 몰린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코로나 같은 재앙 때문에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뿌리째 흔들리는 중소·중견기업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국가채무는 이제 900조 원을 넘어 1000조 원을 바라본다. 나랏빚이 국민 어깨를 짓누르는 강도가 점점 세지는데 어딘가엔 돈이 남아 돈다는 건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는 기현상이다. 국가 재정의 적재적소 효율 배분은 국정운영에 있어 상식 중의 상식이다. 현세대의 짐을 후세대에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