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2009년부터 성장 가능성이 큰 코스닥 기업을 선정하는 ‘라이징 스타’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라이징 스타 기업이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아직도 신성장 산업으로 전환하지 못한 부울경 산업 구조의 현주소다.
부울경의 주력 산업은 조선기자재, 자동차 부품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본격적인 탄소중립시대를 앞두고 이들 산업은 연료가스, 배기가스 규제 등 환경 규제 압박 속에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부울경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부울경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조선·자동차 산업이라는 기존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는 부울경 산업에게는 도전이자 기회다. 탈탄소화의 핵심이 수소경제이고, 수소선박, 수소자동차 등 생산 기술의 혁신은 부울경 주력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에 따르면 전국의 수소 관련 기업 중 24.9%가 부울경에 소재하고 있다.
지난 9~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만나 본 부울경 수소 관련 업체들은 하나 같이 “수소경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부스마다 방문자들로 북적였고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이 수소 분야의 신기술을 선보이며 수소생태계의 밑그림을 제시한 것부터가 지난해 행사와 크게 달라진 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이 수소 모빌리티와 수소 충전 인프라, 수소 에너지 생산 등 굵직굵직한 과제를 선도하고 있다면, 부울경 수소 관련 업체들은 이러한 수소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소용기, 수소 충전소 부품, 소재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수가스를 담는 용기를 생산하는 지역 업체가 수소 저장용기 생산으로 주력 제품 생산을 전환하게 되는 등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부울경 뿌리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소산업용 금속 소재를 생산하는 경남 창원의 한 회사는 국내 수소충전인프라에 자사 제품이 대부분 들어가는데, 정작 수소 관련 업계 내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홍보와 네트워킹을 위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수소경제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수소경제에 발을 담그고 있는 ‘선수들’도 서로 간의 기술 및 시장 정보공유가 미비한 것이다. 한국판 수소위원회가 이번 ‘2021 수소모빌리티+쇼’를 계기로 출범한 것도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상생협력하기 위한 것이다.
수소 생태계는 수소차나 선박, 드론 등과 같은 수소 모빌리티 외에도 수소 생산 저장 운송 안전 환경 인프라 등 여러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경남의 경우 창원에 수소생산기지 거점을 조성하는 등 일찌감치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 만큼 업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수소경제의 여러 모습을 체감하고 있다.
경남이 육상 수소 모빌리티의 거점이라면, 부산은 해상 수소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은 친환경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수소선박 개발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울산의 경우 수소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사업,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있다.
부산시가 최근 ‘탄소중립 에너지 혁신 추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처럼 산학연 협력과 기술 교류도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수소연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등 수소경제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부스를 차리고 참가한 경남의 이플로우의 경우, 수소연료전지 전기자전거를 전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정작 자전거의 수소 연료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 부족 문제로 세종시 수소 모빌리티 시범단지에 10대를 투입하는 등 저변이 확산하지 못한 상황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의 근본문제는 수소연료 사고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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