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202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세계식량계획(WFP)에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가 초래할 또 다른 위기로 전 세계 식량위기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식량위기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등에 따른 생산 부족과 가격 폭등, 비축과 유통망 위기 등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농산물과 수산물을 포함한 먹을거리 수출국인 베트남 인도 러시아 등에서 자국 보호주의를 앞세워 수출 중단이나 수출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곡물 시장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고, 수산물 가격 역시 상승추세에 있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물 가격은 수요 증가에 대한 공급 부족 등으로 상승하고 있고, 향후 10년 기간 동안 2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식량위기는 자연재해나 코로나와 같은 질병위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며,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지난 70년대 후반 소련의 식량공급 부족과 미국의 소련에 대한 곡물 수출금지 조치는 소련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한다. 최근 브라질에서도 코로나19 여파와 이상기후 현상 등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영향으로 농수산물을 살 수 없어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정부의 무료 급식에 의존하는 등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에서는 식량위기에 대응하여 식량자급률 향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생산 확대, 기후변화 대응 R&D 투자 확대, 비축물량 확보, 수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미 OECD 대부분 국가들의 경우 식량자급률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0%대 수준으로, 식량위기에 아주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산물 자급률(해조류 제외)은 2019년 기준 약 49%로, 2011년 74% 수준에서 크게 감소하고 있다. 국내 수산물 소비량은 연간 약 410만 ｔ 수준으로 어패류 등 절반 이상을 수입 수산물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코로나19 등으로 2020년 이후 감소추세에 있다.
국내 해면어업 생산량은 1986년 173만 ｔ 이후 연간 100만 ｔ 이하로 감소하고 있고, 양식업의 경우 해조류를 제외한 어류와 패류 생산량은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원양어업 생산량 또한 연간 50만 ｔ 이하로 계속 감소하고 있어 향후 수산물 자급률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상청의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2020)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한반도가 온대성에서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수산물 생산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수산물 수입조차 어려워질 경우 수산물 식량문제는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산물은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동물성 단백질 공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식량자원이다.
이것이 수산업의 재건, 즉 수산업의 산업적 발전이 향후 더욱 필요한 이유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산업적 차원이 아닌 국가의 안보적 차원에서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수산업 재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선의 현대화 및 스마트화 등 연근해어업 혁신을 통한 생산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양식업 혁신을 통해 지역별·품종별 양식업이 더욱 육성되어야 하고, 원양산업 재건을 통해 해외 수산자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중국 불법어업에 대한 적극적 대처와 수산자원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해면어업 생산을 도모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식품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수산물 유통체계의 전환과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한 수산식품산업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히 어촌지역 소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수산물 생산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수산물은 “필요한 경우 해외에서 수입해 먹으면 된다”는 인식이 수산업 정책과 국가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부처들에 팽배해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혁신적인 수산업 재건 정책 수립과 운용에 미온적이었고 오래된 기존 정책을 되풀이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당별, 후보별로 공약 수립이 한창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 식량위기에 대응한 수산업을 포함한 먹거리 산업에 대한 중요성과 역할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고, 산업적 기반 강화를 위한 공약과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식량위기에 대응한 수산업의 역할과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수산업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부처에 대한 변화 또한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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