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행사를 한다. 만화 영화 동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옷을 입고 함께 즐기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대개는 용감한 왕자, 슬기로운 공주,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의 복장을 아이들이 선호한다. 그런데 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는 그다지 정의롭지 않은 인물들의 차림을 하겠다는 사례도 꽤 있다고 한다. 예컨대 해적 선장이나 마녀 등이다. 그래서인지 핼러윈데이 등과 같은 행사철이 되면 인터넷상에는 이런 옷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부모들의 문의가 자주 올라온다. 아이들의 눈에는 큰 뱃사람 모자를 쓴 애꾸눈 선장이나 긴 턱수염을 기른 해적 선장이 멋지게 보일 수도 있으니 딱히 탓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의 해적 선장이 동화 속 악당보다 훨씬 잔인하고 악랄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은 무리를 이끌고 무고한 선박을 습격해 금품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몸값을 요구하며 선원 납치까지 저지른다. 느닷없이 피랍된 사람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몰라 극심한 공포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부산의 선원 송출회사 주선으로 원양어선에 탔다가 지난해 6월 서아프리카 앞바다에서 나이지리아 해적에 납치된 뒤 32일 만에 풀려난 우리나라 선원 5명의 첫 마디는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원들은 억류 기간 무장 해적의 감시를 받으며 하루 한, 두 끼 정도만 질 나쁜 음식을 먹는 등 큰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니 전 세계가 해적 척결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무장한 경호인력 탑승, 해역 순찰 강화 등을 통해 해적 출몰을 막으려 힘을 합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선사들에 최신 해적 동향을 수시로 제공하는 한편 피해 예방·대응 지침서 등을 배부해 철저한 대비를 주문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전세계의 해적 발생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132건)보다 27% 줄어든 97건으로 집계됐다. 납치 피해는 51명으로 전년 동기(85명) 대비 40% 감소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서아프리카와 아시아 해역은 지금도 언제 해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감시의 눈이 조금이라도 약해진다면 그들은 해역을 지나는 선박에 득달같이 달려 들어 해코지를 할 것이 뻔하다. 해적 근절을 위한 국제협력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염창현 세종팀장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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