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정부는 물론 일선 지방자치단체마다 생계가 어려운 계층을 보살피는 재난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펼치는 복지 지원 손길은 큰 도움이 된다. 부산시도 복지 지원 예산을 늘리는 등 재난지원금을 큰 폭으로 확충하면서 생계가 어려운 계층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법 수급 대상은 아니지만, 잠재적 빈곤계층으로 꼽히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획일적인 잣대에 얽매여 정작 지원이 절실한 차상위계층을 시가 외면하는 인상을 풍긴다면 고쳐 생각할 일이다.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배분했을 때 정확하게 중간에 위치한 가구인 중위소득 50% 이하(보건복지부 고시 기준중위소득 기준)이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에 따른 지원 대상자에 해당하는 차상위계층은 언제든지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계층은 정부로부터 ▷생계지원 ▷의료지원 ▷주거지원 ▷교육지원 ▷돌봄지원 ▷이동통신요금 감면 ▷평생교육바우처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소득과 재산 기준에 따라 기초생활대상자와 차상위계층 간 선정 경계가 모호해 오래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기초생활대상자에 비해 차상위계층이 제도적으로 소외받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다.

시가 이번에 내놓은 ‘부산형 사회복지’ 관련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씁쓸하다. 빈곤층이지만 차상위계층이라는 이유로 사회 복지 지원 손길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현실이 여전히 개선될 조짐이 안 보여서다. 휴·폐업자나 휴·실직자 등을 적극 발굴해 재난지원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하는 모델인 ‘긴급복지지원사업’의 경우 지난달 추경에서 시 예산 편성 부서는 실무부서가 제시한 30억 원을 그대로 반영했다. 여기서 국·시비가 반영되는 내년 재난지원금 187억여 원을 더하면 218억 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차상위계층 지원 목적의 사업 예산은 실무 부서가 산정한 26억 원 중 2억 원만 책정됐다.

시가 재난지원금을 확대하면서도 차상위계층을 위한 사회 복지 제도 개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 정부가 정한 중위소득과 부양의무 기준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초보장제도’의 지원 대상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으로 대거 편입되면서 예산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부산의 차상위계층은 2019년 1월 6만9098명에서 올해 7월 7만9860까지 늘었다. 이 기간 기초생활수급자 역시 16만523명에서 21만71621명까지 증가했다. 종전의 차상위계층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가구로 이동하고, 해당 계층으로 편입되는 사람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계층의 증가세는 가속할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 복지 지원 기준을 더 정밀하게 정립하고, 경제적 자립의 마중물이 될 지원책이 나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