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때아닌 ‘요소수 대란’이 벌어졌다. 중국이 요소의 수출을 규제한 때문이다. 요소수는 매연 배출이 많은 제철소나 발전소에서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디젤 자동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엔진까지 치명상을 입는다. 때문에 요소수 품귀로 디젤엔진을 가진 승용차와 소방차는 물론 화물차의 운행 중단으로 자칫 물류대란이 우려됐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한 직접적 원인은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였지만 근본 원인은 중국과 호주의 갈등이었다. 양국 갈등은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 이후 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에서 호주가 미국 편을 든 데서 비롯됐다. 호주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정부 사업에서 배제한 데 이어 코로나19도 중국이 발원지라며 국제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은 호주산 물품에 대한 보복관세와 호주산 철광석 석탄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우리나라 요소수 파동은 호주산 석탄 수입이 금지되면서 중국에서 벌어진 석탄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다. 중국은 수입의 절반을 의존하던 호주산 석탄 수입이 금지되자 산업시설은 물론 발전소와 일반 가정의 난방까지 멈췄다. 이렇게 되자 중국 정부는 석탄소비를 줄이기 위해 석탄 사용을 통제했다. 석탄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요소 생산도 규제에 포함됐다.

몇 년 전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아직도 여진이 남아 있는 불화수소 사태는 한일 간 첨예한 사안인 위안부 갈등이 원인이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는 일본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에 타격을 주기 위해 불화수소를 무기로 민족적 갈등을 보복하려고 한 행위는 치졸한 자원전쟁의 사례로 기록될 듯하다.

세계사를 살펴보면 전쟁의 원인은 종족 갈등이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보다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더 많았다.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침략전쟁은 자원약탈 전쟁이었다. 제국주의가 극에 달한 19세기 유럽 열강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침략이나 태평양 전쟁의 배경에는 자원을 차지하려는 경제적 욕구가 숨어 있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분업화가 가속화되고 IT산업이 세계경제의 주력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자원전쟁은 다양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제조업의 생산과 공급 기지를 중국과 아시아, 아프리카로 이전하는 대신 과학과 기술에 치중하는 산업구조로 전환했다. 선진국의 원자재 소비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제조업 생산지인 후발 경제국은 막대한 원자재 소비국이 됐다. 미국이 석유를 대체할 막대한 천연가스를 자국에서 발굴하자 중동에서 전격 철수한 것은 에너지 자원의 필요성이 감소한 이유가 컸다.

세계경제의 패권전쟁은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 기술자원과 천연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IT기술을 움켜쥔 미국과 제조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중국이 충돌한 패권전쟁이다.

바이든 정부가 IT산업의 핵심소재인 반도체의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고 나선 것도 기술자원을 장악해 경쟁자인 중국을 ‘영원한 제조공장’ 수준에 가두려는 패권전략의 일환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대의명분을 내건 ‘그린플레이션’ 역시 제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후발국을 견제하는 선진국의 패권주의가 숨겨져 있다.

문제는 세계경제에서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패권경쟁이 우리 경제에 치명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는 IT산업과 제조업이라는 두 뼈대로 이루어져 있다. IT기술과 원자재를 동시에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문제와 천연자원의 빈곤은 패권전쟁의 틈에서 우리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핵심 원자재도 아닌 요소수나 불화수소 부족으로도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만큼 취약하다. 어쩌면 요소수 대란이나 불화수소 파동은 경제패권전쟁이 우리 경제를 덮친 작은 충격일지 모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력쟁탈에 몰입하기 전에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는 경제패권전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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