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낸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 사장을 모두 임명했다. 시 산하 최대 공공기관으로 꼽히는 두 곳의 새 사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부산시의회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게 된 셈이다. 앞서 시의회 공공기관장 후보자 인사검증 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 두 기관 사장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한 경과보고서를 채택해 시에 전달했다. 부산도시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김용학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은 인천도시공사 사장 퇴임 후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에서 고액 연봉을 받아 논란이 됐다. 부산교통공사 사장 자리에 오른 한문희 전 한국철도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은 2016년 철도노조의 장기 파업 당시 대량해고와 징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노조 탄압 경력이 크게 문제시됐다. 반면 시는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기준을 적용해도 결격사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박 시장과 신상해 시의회 의장 등 의장단이 막판 조율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박 시장은 이들의 인사를 강행했다. 이번 사태가 시정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 초유의 ‘야당시장, 여당의회’가 출범하면서 여러 차례 위태로웠던 양 측 관계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시장은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 모두 캠프 출신 인사가 아니고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없음에도 시의회가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장 인사권은 시장 고유의 권한인데 시의회가 침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8월 부산도시공사 사장 임명을 놓고 보은인사 논란으로 한차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장기간 공석 상태인 양대 공공기관장 자리를 더 비워둘 수 없고 이들을 낙마시키면 향후 부산경제진흥원, 부산환경공단,부산관광공사 등 다른 기관장 인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가 읽힌다. 무엇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시의회에 휘둘리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박 시장의 정치적 계산도 무시할 수 없다.

시의회는 이번 인사 강행이 시민 대의기관을 무시한 처사로 협치를 파탄낸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당장 다음주 시작하는 내년도 시예산안 심의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시예산안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다. 시의회가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인사와 연계해 트집을 잡아서는 안된다.

박 시장은 시의회의 반대에도 공공기관장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시민의 삶이 척박해졌고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가덕신공항 건립 등 지역 현안이 많은 만큼 시와 시의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양 측이 정치적 판단이 아닌 시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두고 서로의 입장을 잘 조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