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마을을 비롯한 해운대 주민들은 지난 9월 충북 진천에서 열린 그린파인 레이다(블록B) 전자파 측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10월에 공군이 해운대구와 함께 개최하려던 그린파인(블록C) 레이다 장산 배치 설명회를 무산시켰다. 주민은 군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진천 레이다의 전자파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파 안전 여부를 떠나 주민은 이런 첨단 무기를 인구 40만 명이나 되는 해운대구에 배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연내에 장산에 배치될 예정인 그린파인 레이다는 한 기에 약 1700억 원인데, 두 기가 도입돼 다른 한 기는 내년에 전라도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한반도 전역에 대한 북한 미사일 탐지 추적 조기경보와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탐지 능력 보강을 위해 도입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성도, 타당성도 없다.

한국 MD무기로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그린파인 레이다(블록B)는 탐지거리가 500~900㎞로, 2012년 충청 지역 두 곳에 배치돼 그동안 북한 발사 미사일을 대부분 탐지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것으로 부족하다며 추가 도입을 강행한 것이다.

북한의 SLBM 탐지 능력 보강도 억지다. 국방부는 북한이 남해, 태평양 쪽으로 와서 남한을 공격하면 한국 MD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잠수함들을 탐지하기 위해 그린파인 레이다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건 600여 기나 되는 지상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굳이 남해, 태평양까지 내려와서 SLBM으로 공격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과잉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파인 레이다를 추가 도입, 배치하려는 군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추가 도입한 수퍼 그린파인 블록C 레이다의 탐지거리가 1000km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을 겨냥한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다를 배치하려는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부산과 전라도에 추가 배치되는 그린파인 레이다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사드처럼 일본,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를 공격하는 북한,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해 이 정보를 미국과 일본에 제공해 주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한미가 미사일 방어 통합 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한국 MD는 정보와 요격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 MD에 편입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가진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 MD 작전에 장산 배치 그린파인 레이다를 동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부산이 미일 MD 작전의 전진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중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는 최악의 경우 소성리처럼 부산 해운대가 북, 중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레이다 배치를 위한 임도 공사를 마친 상태다. 해운대구는 내년 초 장산 정상 개방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시민의 안전은 뒷전에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자기 할 일만 하는 모양새다. 모든 정치 세력이 오로지 자신들의 집권에만 혈안이 된 사이 한반도 평화는 벼랑 끝으로 내닫는다. 더 늦기 전에 그린파인 레이다 장산 배치를 중단하기 위해 중앙과 지역의 정치권이 모든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