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곰팡이의 선물, 페니실린으로 대표되는 항생제와 비교해 항바이러스제는 그보다 뒤늦게서야 개발되었다. 광학 현미경이 나오면서 세균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세균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은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만 확인할 수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바이러스의 존재까지 몰랐던 건 아니다.

그림= 서상균 기자

담배를 재배하는 농부에게 모자이크병은 큰 골칫거리였다. 담배 모자이크병은 담뱃잎에 모자이크 모양의 반점이 생기면서 오그라들다가 말라 죽는 병이다. 작물에 병이 퍼지면 큰 피해가 난다. 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세균보다 작은 존재, 즉 바이러스가 있다고 의심했다. 담배 농사를 망치는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미세한 바이러스를 관찰하고 연구하게 되면서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이 1961년에 나왔다. 이후 1980년대에는 20세기의 흑사병이라고 불리며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던 에이즈(HIV)를 치료하는 약이 나오자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2009년 새로운 바이러스,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는 타미플루가 있었다. 타미플루는 독감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열이 나거나 몸살, 기침이 있을 때 효과적이다. 그때 감염자가 코로나19(41만 명)의 배에 육박하는 76만 명에 달했지만, 우리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코로나19에 비해 가볍게 지나갔다. 신종플루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 덕분이다. 약이 있으면 병을 제압할 수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대응은 백신접종에 치우쳤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발되어 지난 9월 허가받은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가 있지만, 주사제여서 병원에서 1시간 동안 맞아야 하므로 불편했다. 이제는 처방받아서 간편하게 집에서 먹는 약이 나온 것이다. 지난 5일 영국 정부는 미국 제약회사 MSD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영국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이내, 18세 이상 환자에게 이 약의 복용을 권고했다. MSD는 105개 중·저소득 국가에 대해서는 특허료를 받지 않고 몰누피라비르의 복제약 제조를 허용했다. 그러면 약 82만 원에 달하는 비싼 약을 가난한 국가가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 백신 제조회사로 잘 알려진 화이자는 새로운 치료제 팍슬로비드에 관한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 약은 감염자의 입원과 사망 확률을 최대 89%까지 낮춰 몰누피라비르의 약효를 능가한다. 화이자도 MSD를 따라 95개 국가에서 발생한 매출에 로열티를 받지 않기로 했다. 두 가지 치료제 모두 선진국으로 분류된 우리나라는 제외다.

MSD 화이자 외에 다른 제약회사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국내 제약회사도 안전성이 확보된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 것이다. 먹는 치료제의 등장은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독감에 걸리면 병원에서 처방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 복용하면 되듯이 코로나도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된다. 12년 전 신종플루와 같아진다. 백신 접종률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먹는 치료제까지 사용되면 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진다.

어느덧 쌀쌀한 가을이다. 코로나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할 만큼 꽤 시간이 흘렀다. 이제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이러스로 잔뜩 움츠러들었다가 일상으로의 전환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내년 초에 도입될 새로운 치료제가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촉매가 되길 바란다.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