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생들의 학력저하와 양극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가 최근 연 학술대회에서 나온 ‘코로나시대 교육격차 양상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코로나발 학력격차’를 우려하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조사는 학교 간 비교가 가능한 대규모 학업성취도 자료로, 코로나19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중3 학생 2699명의 2019년(코로나 전)과 2020년(코로나 후) 국어 영어 수학 과목별 학업성취도를 여러 변수로 분석을 한 결과, 학력저하와 양극화 가능성이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국어는 학력저하와 양극화가 동시에 나타났고 영어는 학력저하, 수학은 양극화가 심화됐다. 학교 교육이 차질을 빚으면서 중위권이 줄고 상위권이나 하위권이 많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진행된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의 학력저하는 예견됐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좋은 학생은 어떤 환경에서도 공부를 잘할 수 있지만 집중력이 뛰어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원격수업은 적응하기 어려운 법이다.

이는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이 만난 학교장, 교사, 학생들의 면담 내용으로도 알 수 있다. 원격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아예 출석을 하지 않거나 수업을 하면서도 유튜브를 무음처리해 보거나 다른 일을 했다고 한다. 부모가 집에 있으면서 아이가 원격수업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는 학생은 결국 학습결손으로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또 원격수업에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사례도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사교육이 적었던 국어 과목도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였다. 코로나 위기 속에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현상이 심해졌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학력은 한 번 떨어지면 공부에 흥미를 잃게 돼 만회하기 힘들어지고 졸업 후 경제적 기회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전면 등교가 본격화한 만큼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은 학력격차를 줄이고 기초학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처방 위주와 임기응변식 정책보다는 세밀하고 현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현재 교육당국은 학력격차 해소를 위해 초·중등 예비교사를 이용한 멘토링을 계획하고 있다는 데 이를 시행할 때도 대학, 지자체, 교육청, 학교와 면밀히 논의해야 하겠다. 또한 시교육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체 학생들의 학력 상태뿐만 아니라 부산시내 지역별 교육격차 양상의 변화도 점검하기 바란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동서 간 교육격차’가 더 심화됐는지 철저히 점검해보고 이에 맞게 학교별, 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수립해 집행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