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5000명대를 넘어서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일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5123명, 위중증 환자는 723명 늘었다고 밝혔다. 확진자 수는 전날(3032명)보다 2091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한 달 만에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는 게 심상찮다. 여기에 전파력이 높은 새 변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일본에서 확인된 나미비아 30대 외교관이 인천공항을 경유했다니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80%에 달했지만 코로나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쌓아놓은 K방역의 공든 탑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위드 코로나 2단계로의 전환을 유보하고, 앞으로 4주간을 ‘특별방역대책 기간’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요양시설 등 취약시설에 대한 방역강화, 영화관 취식금지 등이 주요 대책이다. 거리두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우려되니 이처럼 알맹이 없는 방안을 내놓은 것 아니겠는가. 정부가 사태를 안이하게 생각하면서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얼마나 많은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고령층의 감염과 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비상 의료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신규 확진자는 집에서 치료할 수밖에 없으니 국민의 불안감이 크다. 자칫하면 온가족 감염 위험이 있는 데다가 갑자기 환자 상태가 안 좋아져도 병원 문턱도 밟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이 나와도 병상 확보에 문제가 없다던 방역당국의 말은 결국 공염불이었던가. 위중증 환자 병상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일상회복을 강행하다 이 같은 사태가 생겼으니 정부로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의료·방역역량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지금이라도 의료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수도권만이라도 비상계획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 상황을 더 방치하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의료체계에 혼란이 올 것이 뻔하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태를 재점검해 실효성 있고 치밀한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또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병상·의료진 확보에 힘써야 하고 자택치료 체계에 대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오미크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의 확진 사례가 확인된 국가에 대해서는 입국을 전면 통제하는 선제 조치가 마땅하다.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와 별개로 국민도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모임이나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등 자발적으로 사회적 방역에 나서야 한다. 우리 공동체의 안전뿐만 아니라 경제적 위기가 닥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