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27일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했다. 2050년 탄소중립의 중간목표인 2030 NDC를 기존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대폭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전환(발전) 부문은 석탄발전 비중을 2018년 41.9%에서 2030년에는 21.8%로 낮추고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기존 총발전량의 6.2%에서 30.2%로 5.2배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에 노력해 온 정부는 추진이 쉬운 태양광발전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이 환경 파괴 논란 등으로 인해 반발이 거세지자 해상풍력발전을 또 다른 대안으로 적극 추진해 왔다. 지난해 7월에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전략과 ‘해상풍력 발전방안’에서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12기에 맞먹는 12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발전 계획을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총 82개소가 추진 중이지만 실증단지를 포함해도 가동 중인 해상풍력발전소는 6개소이고 발전량은 132.5MW에 불과하다. 나머지 해상풍력사업도 38개소가 타당성 검토 단계, 37개소가 발전사업 허가 단계이다. 발전사업 허가로부터 상업운전까지 평균 7년에서 19년까지 장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해상풍력산업 추진과정에서 가장 주요한 문제는 주민 수용성 확보이다. 서남해, 제주 대정 등 많은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주민 수용성 문제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좌초됐다. 우리나라 해상풍력발전사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제주 탐라해상풍력도 발전사업허가부터 상업운전까지 약 11년이 소요됐다. 실제 공사기간은 2년에 불과하지만 주민 수용성 확보를 포함한 사업 인허가에 9년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발전방안’을 통해 개별 사업자가 풍력발전 입지를 선정하는 방식에서 정부가 입지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입지발굴단계에서 민간전문가위원회를 운영해 수용성 확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자치단체가 풍력발전 집적화단지를 지정할 수 있게 하고, 단지계획 수립단계부터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발전사업 허가 전 사업내용 사전 고지 의무화, 해상풍력발전의 특성을 고려한 주변지역 범위설정 기준 변경 등 관련 법률도 개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제도 개선이 주민 수용성 확보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제주 탐라해상풍력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 공개 및 공유를 통한 발전사업자와 지역주민 간에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미국 내무부 산하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승인과정에 대한 시민 이해도 제고 및 참여 확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주정부별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활동, 참여방법, 관련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해상풍력발전 입지를 입찰을 통해 사업자에게 제공한다. 입찰구역의 선정은 추진단계별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계획안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함은 물론 접수된 의견과 처리나 수용방법이 포함된 이해관계자 피드백보고서도 발간한다.

우리나라도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해상풍력 고려구역 입지 선정을 위한 제반 정보, 고려구역 설정 결과, 해양환경영향평가 결과, 기타 해상풍력 관련 연구자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간 전문가위원회에 지역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상풍력의 특성을 고려한 주변지역 범위설정 기준은 마련됐으나 주변지역 내 실질적인 이해관계자 기준은 불분명하다. 해당 지역 어업활동 정보 등을 기초로 핵심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편 2030 NDC 달성에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을 통한 이산화탄소 1030만ｔ 감축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CCUS 관련 법률 제정, 해양 지중 저장소 확보, 상용화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발전소 등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 해양 지중저장소 선정 단계에서는 해상풍력 발전구역 선정과 마찬가지로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핵심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해상풍력발전 사례를 참고해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 가이드라인 마련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