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대선 당시 승리를 가정하고 준비해뒀던 연설문을 최근 공개해 화제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 패해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연설문을 5년 만에 소개한 것이다. 그는 국무장관이기 전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슈퍼 퍼스트레이디’였다. 이미지정치에 뛰어났던 그는 헤어스타일에 유독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2016년 미국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때 트위터를 정식 개설하면서 자신을 ‘헤어스타일 아이콘’이라고 할 정도였다. 젊은 시절에는 패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클린턴이 1980년 아칸소 주지사 재선에 실패하자 안경을 벗고 세련된 스타일의 중단발로 변신했다. 두꺼운 안경테에 짧은 파마머리가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 생활 8년간 백인처럼 쫙 펴진 생머리를 고수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인종 구분없이 국민 모두를 감싸 안겠다는 메시지였다고 한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후에는 흑인 고유의 ‘아프로 헤어’(둥근 곱슬머리)를 하고 있다. 그만큼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에는 ‘머릿발’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유력 대선후보 못지않게 후보 배우자들의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후보 배우자의 이미지에 따라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정치인의 아내는 잘하지 않는 포니테일(뒤로 하나로 묶은 머리)로 눈길을 끌다 최근 이마를 드러내는 단발머리로 바꿨다. 전통적인 영부인 헤어스타일을 연출한 것이다. 특유의 ‘애교머리’로 구설수에 올랐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 15일 단정한 중단발로 변신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앞으로 후보자 부인으로서 선거 운동에 돌입한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이력서에 허위 경력 및 가짜 수상 내역을 기재해 여권의 맹공을 받고 있어 본격적인 행보 시기는 미정이다. 김혜경 씨도 장남의 불법 도박 문제로 마음이 편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처럼 유력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국민은 ‘덜 나쁜 후보 찾기’를 해야 할 판이다. 저급한 인신공격은 배격돼야 하지만 후보 가족들에 대한 도덕성이나 불법 행위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한다. 후보 부인들도 ‘머릿발’보다는 진심을 보여줘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은정 논설위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