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2019년 59만 명에서 2020년 51만 명으로 1년 사이 8만 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해서 2024년엔 43만 명, 2035년엔 38만 명, 2040년엔 28만 명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학령인구 감소가 예측됨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부터 대학 정원 감축이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2019년 대학정원은 2000년 대비 30.2%나 줄었다. 이 숫자에는 외국인 유학생은 제외되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의 경우 2021년 정원 기준 10만8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대 포함해서 신입생 충원율이 70% 미만 지방대학이 85곳이라 한다.

교육부는 2021년 5월에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지원 전략’에서 재정진단을 통해 회생하기 어려운 대학은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평가 지원을 한 285개 대학 중 52개 대학의 재정지원을 중단했다. 여기에는 수도권 대학 11개, 비수도권 대학 41개가 포함되어 있다. 재정여력이 악화된 지방대학들은, 정부 지원이 끊기면 학생들 지원이 더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직면한다.

지방 주요 사립대학의 폐교는 대학이 소재하는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지역대학은 그 자체로 가장 큰 고용기관일 뿐만 아니라 대학 주변에 식당, 위락시설, 원룸 등 지원시설이 입지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다.

필자와 동료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경북 경산에 있는 대구대학교의 총수요(교육서비스 및 학생소비)로 인해 취업유발효과는 8258명에 이르며 경산시 내에서만 직간접적으로 5136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는, 부산의 대학들, 김해의 인제대학교, 창원(구마산)의 경남대학교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직간접적인 총수요 효과만 중요한 게 아니다. 지역대학은 인적자본 육성,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으로도 지역경제에 기여한다. 한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은 기술혁신이며, 기술혁신은 연구개발에 의존한다. 지역대학의 연구개발과 그것을 담당할 인력양성은 지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은 지역 내 청년인구를 유지하고, 청년 유입을 만들어 내는 기관이다. 지방 소멸의 핵심 원인이 청년유출이라면 지역대학의 존재는 지방 소멸을 막는 핵심 장치이다.

교육부는 2021년 시행된 3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로 전환했다. 정원 감축 문제를 수요 공급에 맡긴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큰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수 감소의 충격은 지방대학이 올곧이 받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는 먼 산 불구경할 상황은 아니다. 전문대를 비롯하여 많은 대학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지방 도시에 있는 주요 대학의 폐교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 대학 총수요로 유지되는 인근 지역경제, 청년층의 유지를 통한 인구 균형 유지, 지역혁신역량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인구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지방 대학의 소멸을 필연으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정부는 고등교육 예산을 더 늘려서 지방대학의 경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학등록금도 무상화 할 수 있다. OECD 국가 중 16개 국가가 고등교육을 무상화하고 있다. 개별 대학의 정원을 크게 감축하면 수도권 유입 대학생 수를 줄인다. 이는 지역 대학의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지역대학을 지역 성인 교육 기관으로 안착시킴으로써 대학 유지, 성인 재교육, 지역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제도를 개선하여 지방대학에 유학한 외국인 학생들의 지역 노동시장 진입을 장려할 수 있다. 한국어 실력과 학점 등의 기준을 두어 지역 노동시장 진입을 선별함으로써 이들의 학업 동기를 자극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좋고, 대학에도 좋으며 지역사회에도 좋다. 인구 감소, 노동력 감소에 대한 적극적 방안이기도 하다. 지금은 지방 대학을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고안하고 요구하고 행동할 때이다.

경남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