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둘러보니 우거졌던 나무들은 어느새 헐벗은 채 가지만 남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차가운 바람에 ‘추풍낙엽’이란 말이 생각난다. 계절이 변함에 따라 나뭇가지는 앙상하지만 뿌리는 작년보다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는 우리 인간도 같지 않을까?

‘초미지급(焦眉之急, 눈썹에 불이 붙은 것과 같이 매우 위급함)이라는 말이 있다. 2021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며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를 혼란과 고통 속에 빠뜨렸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의 끝자락에 서 있다.

사람들은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보며 올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성찰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은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한 아쉬움과 함께 새해가 시작되면 뭔가를 새로이 시작하려고 한다. 이처럼 12월은 한 해의 끝자락을 마무리하는 시점임과 동시에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을 준비하는 때이다. 초지일관의 자세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 처음보다 나중이 더 좋아지는 결과를 맺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21년 11월 1일은 한국사에 기념비적인 날이 될지도 모른다. 이날은 ‘위드 코로나’가 적용된 날이다. 완화된 방역은 ‘위드 코로나’를 위한 첫 발걸음을 떼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날이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K-방역’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시초점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까지 품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시작, 일상으로의 복귀에 너무 들뜬 나머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듯하다.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위드 코로나’는 17일 만에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으며 재확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사태가 더욱 악화돼 신규 확진자 수가 7000명대를 넘어서고 있으며 위중증 환자 또한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코로나의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 공자의 가르침 중 ‘미성일궤(未成一)’라는 말이 있다. ‘산을 만들 때 마지막 한 삼태기를 덜 얹어 산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뜻으로 일을 매듭짓는 끝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 말이다. ‘위드 코로나’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들어서기 전 마무리의 완성도를 조금만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 위생, 방역 수칙의 준수와 함께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 우리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견고한 인식의 확립이 된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면 상황이 지금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결과를 놓고 말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의 상황이 너무 위중해서 안타까운 심정에 그런 생각조차 든다.

시작과 끝은 늘 출발점과 같다. 시작은 시작이라서 새로운 출발점이고 끝은 마무리를 짓고 새로 시작하는 준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출발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 이것은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한다는 것은 희망으로 가득한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목표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 같다. 그 길은 때론 무척이나 험난하고 고달픈 과정이 되기도 하다. 우리의 삶은 희로애락의 연속이다. 마냥 즐겁고 기쁘기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늘 슬프고 힘든 것도 아니다. 여러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인생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시작을 했으면 반드시 끝맺음을 지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결실이다. 결실을 맺어야만 성과가 있는 것이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후회로 움츠려 있을 필요는 없다. 지난 시간이 아쉽고 부족했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기회를 얻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시 일어서서 또다시 시작해야만 한다고.

시작은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시작을 하지 않으면 실패도 하지 않지만, 대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22년 새로운 시작을 위해 2021년 마무리를 잘하자…

㈜골든블루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