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제철을 맞은 굴과 미역이 ‘금값’이라고 한다. 싸고 영양가가 높아 겨울철 밥상에 자주 오르는 서민 먹거리인 굴과 미역의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영양염류 부족과 빈산수소괴 등으로 굴이 집단폐사하면서 남해안 굴 생산 어민이 입은 손실이 100억 원대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미역 특산지로 이름난 부산 울산 지역에서는 지난해 10월 설치한 미역 재배 시설 작황이 부진해 출하량이 거의 없었다. 특히 부산 기장군의 생산량은 0에 가까워 기장 생미역을 맛보기는 힘들어졌다.

굴과 미역의 흉작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으로 귀결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굴 집단폐사 원인으로 지난해 가을(9~10월) 극심한 가뭄으로 영양염류 농도가 떨어졌고, 굴의 주 먹이인 식물성 플랑크톤 등이 부족해서라고 밝혔다. 영양염류는 질소·인 등 바닷속 생물이 정상적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말한다. 이는 비에 섞여 하천에서 바다로 유입되나 지난해 장마가 짧았고 가을 가뭄이 심해지면서 농도가 떨어졌다. 미역도 같은 시기 부산 울산의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2도가량 오르면서 미역 종자 엽체가 녹아내려 제대로 자라지 못해 전국적으로 출하량이 줄었다.

굴과 미역 흉작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생존 위협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미역 생산량의 감소는 이를 주로 먹고 자라는 전복 생산량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먹이사슬의 붕괴는 전체 해양생물의 생태계에 영향을 끼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최근 30년간 우리나라 연안의 평균 해수면이 평균 9.1㎝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대륙 위에 있는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의 열 팽창으로 인해 바닷물의 부피가 커져 해수면이 점차 상승했다는 의미다. 또한 한반도 연근해 표층 수온도 지난 50년 동안 1.2도 이상 올랐고 이로 인해 유해한 플랑크톤과 열대해역성 해양생물의 유입이 늘었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기존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면서 우리 해양먹거리에도 심각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해양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해양생물이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 부른다. 기후변화로 해양생물이 사라지면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미역·굴 흉작을 단편적인 문제로 판단해 땜질식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기후재난 문제로 파악해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해양생물 종자 개발, 해양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방안 등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기후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인 식량 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을 이번에 체감하고 있다. 특히 남해안 굴 집단폐사의 원인이 자연재해라고 한다면 당연히 정부는 어민들의 피해 복구와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