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주요 기관들과 언론에서는 한 해 경제를 전망하고 트렌드를 예측한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단어는 ‘기후위기’와 ‘탈탄소’다.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 심각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특히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전후로 기후 정책에 소극적이었던 국가까지 가세하며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졌으며, 미국 독일 등 친환경 선도국은 그린 에너지 혁신정책과 탈탄소 에너지 연구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전 지구적으로 증폭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해사산업계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COP26 기간 덴마크 영국 등 주요 해사국과 빅 플레이어들은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탈탄소로 수정을 요구하는 강한 목소리를 내었다. 같은 달 열린 국제해사기구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7차 회의에서는 이러한 산업계 목소리에 공감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IMO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조정 등 논의가 구체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탈탄소는 이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렇다면 탈탄소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해사업계는 당장 올해 11월부터 도입되는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와 같은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 장치, 선속 감소 등 다양한 기술·운항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해사업계 탈탄소 달성은 요원하다.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근본적 변화는 추진·발전용 등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친환경 대체연료, 그리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대체연료 엔진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탈탄소 핵심기술이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하는 대체연료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저탄소 탄소중립 무탄소로 구분될 수 있으며, 엔진 개발 속도와 연료 공급망 등 다양한 변수로 경제성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저탄소 연료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LNG(액화천연가스)는 연료 사용만으로 CO₂배출을 약 20% 저감할 수 있어, 금세기 내 탈탄소를 이룰 과도기 연료로 꼽힌다. 현재 거의 모든 선종에 LNG 엔진이 적용되고 있으며, 계속 강화될 탈탄소 규제에 대비하여 엔진 연소 후 나오는 CO₂를 포집해 추가 감축을 달성하거나 폐열회수 열전·축발전 등의 시스템을 추가해 에너지 효율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저탄소 연료인 메탄올은 LNG 이상의 CO₂배출 저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바이오·합성 메탄올 등과 같은 탄소중립 연료로의 전환을 통해 탈탄소 규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메탄올 추진선 발주가 실제 이뤄지며 유망한 대체연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탄소중립 연료인 바이오 연료는 CMA CGA 등과 같은 글로벌 대형 선사가 주목하고 있는 연료로, 혼합유로서의 가능성을 실선 검증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기존 디젤 엔진의 개조 없이 적용 가능하나, 폐기물 등을 기반으로 생산된 바이오 연료의 선박 적용과 선박용 바이오 연료 품질 기준 확립이 추가로 필요하다.

무탄소 연료로는 CO₂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가 있으며, 메탄올과 함께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암모니아 엔진은 원천 기술이 있는 해외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오는 2024년 내 암모니아 추진 엔진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암모니아는 저탄소 연료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더 큰 저장공간이 필요하고, 독성 및 부식성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나, 운항적 측면에서 탈탄소 연료로서의 장점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다양한 대체연료 앞에 선사들의 고심이 크다. 대체연료 특성에 따라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 구축되지 않아 각 연료 생산단가가 높아질 우려가 있으며, 선박 건조가격 또한 고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선사는 메탄올 추진선 발주 등 과감한 행보를 시작했고, 한 가지 연료가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움직임을 견지하며 전략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미래연료, 선박 성능과 엔진, 기준 개발 등 종합적인 연구개발을 하는 한국선급을 비롯해 선사 조선소 기자재업체 등 해사업계 간 공동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해사업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초격차 조선기술 확보, 선화주 상생협력을 통한 ESG 경영 대응, 기자재 국산화를 통한 산업 전반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한국선급도 이러한 당면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 간 ‘초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해사업계 탈탄소화 성공을 이끌 ‘찰나의 기회’를 다시 만들어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