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 터널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일상 회복은 막연한 희망이 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국가채무 증가와 가계부채 상승,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 여건이 좋지 않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 경제의 풀뿌리이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부산은 전체 44만1015개 기업 중 44만750개가 중소기업이고, 종사자도 전체 118만 명 중 110만 명이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사실상 중소기업 도시이다. 그런데 현실은 중소기업 활력 제고는 고사하고, 부산지역 중소기업 현장은 갈수록 늙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물류와 항만의 중심인 부산이지만,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매년 1만 명 넘게 수도권으로 떠난다. 거기에 고령화까지 더해져 청년에게 미래가 없는 도시로 되어 가고 있다.
필자는 지방분권 경제가 실현되어야만 대한민국이 재도약하고, 중소기업이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에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하고,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도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장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지역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나지 않아 수도권과 지역 간 경제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정치와 경제가 중앙으로 집중되고, 사람과 기업이 수도권으로 모여들면서 교육 문화 의료 편의시설이 주는 혜택도 수도권에 쏠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 이상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극심한 불균형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
이제 지방분권 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을 촉진시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재정립해야 한다. 지자체가 지역 특색에 맞는 성장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국토 이용은 물론 교육 등 중앙정부의 권한을 과감히 이양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 과정에서 국내 유턴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한 지자체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과 중소기업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정치와 경제, 교육과 문화 전반에 자리 잡은 불균형을 걷어 내고, 다양성을 복원하는 길이기도 하다.
필자는 가덕신공항을 통해 동남권 경제벨트를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수도권 집중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건설 과정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공항복합도시 개발, 광역 교통망 구축, 주변 도시개발 연계 발전, 신성장 첨단산업 집적, 메가시티 구상 실현, 관광·마이스 산업 도약 등 지역의 발전적 미래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최근 부산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부산 시민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공약으로 가덕신공항을 가장 많이 꼽았다. 따라서, 이제는 신공항 건설의 차질 없는 추진과 실행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2030 월드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해서라도 관문공항인 가덕신공항의 건설이 더는 늦어지면 안된다. 2030 월드엑스포는 대전 엑스포나 여수 엑스포와 같은 인정엑스포가 아니라 파리를 세계적 도시로 도약시킨 등록엑스포다. 대회 유치에 따른 생산유발효과 43조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8조 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가덕신공항 건설을 지역산업 첨단화와 가치사슬 재편의 기회요인으로 인식하고 첨단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관련기업 유치, R&D투자 확대, 산업단지 개발 등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항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지역을 발전시키고 변화하는 새로운 큰 물줄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크게 그리고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전반적으로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들이 지방분권 실천을 공약하고 추진해 왔다. 초기에는 지방분권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지만,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 이양에 대한 관료들의 조직적인 저항과 지속적인 설득에 포획되어 지방분권정책은 보여주기식으로 정권과 함께 끝이 난다.
지방분권의 대명사로 떠오른 가덕신공항의 조기착공으로 지방소멸과 수도권 일극주의를 막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지방분권경제가 앞당겨지고, 중소기업이 활기 넘치는 도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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