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까, 낮을까? 기온 예측은 오래 전부터 논쟁거리였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순 없어도 한 세기 전과 비교해 기온이 상승할 거란 주장에는 큰 이견이 없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예상을 벗어나는 ‘이상한 절기(節氣)’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연제구 온천천변에 벚꽃이 활짝 핀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절기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두기 고대 중국 주나라 화북 지방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춘분점을 기준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1년을 24절기(게절당 6개)로 나눈다. 과거에는 절기를 이용한 ‘농사 달력’에 따라 농사일을 했다. 지금도 절기는 세시풍속의 형태로 남아 있다. 예컨대 동지(冬至)에 팥죽을 쑤어 먹는다거나 정월 대보름이면 호두나 날밤과 같은 부럼을 이로 깨문다.

요즘은 절기 구분이 무색할 만큼 계절별 특징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봄 개나리가 때이르게 꽃망울을 터트렸을 때 실제 계절과 절기 사이의 간극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왜 그런 것일까?

변화의 중심에는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1940년)보다 최근 30년(1991~2020년)의 연평균 기온이 1.6도 상승했다. 특히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하다. 그에 따라 계절 길이도 달라졌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또한 여름이 118일, 가을이 69일로 각각 가장 긴 계절과 가장 짧은 계절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절기에도 변화가 생겼다. 최근 30년은 과거 30년에 비해 낮게는 0.3도, 높게는 4.1도까지 모든 절기에서 기온이 상승했다. 특히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에는 영하의 기온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지난 30년 평균기온은 영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각각 영상 0.8도와 0.9도를 기록했다. 겨울 기온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부산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에 눈이 내리는 모습. 국제신문DB

절기의 길이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와 비교하면 봄과 여름 절기의 시작일은 빨라진 반면 가을과 겨울 절기는 다소 늦어졌다. 봄 절기 중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청명(淸明)의 기온이 3.4도 상승했다. 식물의 생장이 시작되는 봄 기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작물 재배나 봄꽃 개화 시기가 당겨졌다. 이에 따라 농림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에 따른 적절한 대비가 필요해졌다.

절기의 변화와 함께 기후위기의 징후들이 이젠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음을 느낀다. 북극 빙하의 소실, 해수면 상승, 생물종의 멸종위기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큼지막한 현상들을 위주로 기후변화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어쩌면 흐트러진 절기 달력이 미래 생존을 위한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정부와 학계·산업계는 물론 개인의 창조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광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