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은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확인하고 해주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런 말도 했다. “공천 과정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인 ‘공정과 상식’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잡음 없는 공천, 깨끗한 공천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이번 기초단체장 공천은 여론조사 차이와 관계없이 ‘올(모두) 경선’ 원칙”이라고도 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이기는 공천을 공천작업 1원칙으로 두겠다” “돈공천, 사공천, 짬짜미공천 전부 몰아내겠다.” 구태 공천과의 결별 선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을 바라는 민심을 업고 승리했다. 이 대표와 정 위원장의 말은 ‘윤석열 기조’를 지방선거 공천에서 실현하겠다는 의미다. 집권 여당으로 치르는 지방선거. ‘비호감 대선’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책임감도 읽힌다. 민주당을 겨냥했던 ‘내로남불의 부메랑’을 피하려는 각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민의힘 부산 공천 분위기는 이상하다. 일부 당협위원장들의 행태가 도를 넘는다고 한다. 곳곳에서 공천 시스템의 무력화 시도가 잇따른다. 대놓고 ‘사천’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후보로 낙점해달라는 말이다.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수시로 부산시당 공관위원들을 압박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을 꽂아야 하는지 이유가 약하다고 한다. 본선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근거도 없다. 일부는 도덕성에서 심각한 흠결이 있다는 시선도 받는다. 이들 당협위원장들도 입으로는 ‘공정과 상식’을 떠든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도 커진다. 차기 총선을 위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것은 일반론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석연찮다. 공관위가 단수 추천이 어렵다고 해도 막무가내라고 한다. 자신들이 책임을 지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자 있는 후보를 꽂는 것이 자신의 다음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나. 왜 별다를 것 없는 특정인을 위해 특별한 흠이 없는 나머지 동량들을 희생시키려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니 이상한 얘기들이 나돈다. 지역 곳곳에서 수군대는 것은 당연하다.
중심을 잡아야 할 공관위도 흔들린다. 공관위 활동 2주가 지나도록 한 곳의 선출 방식도 발표하지 못했다. 비정상이다. 이러니 불신도 커진다. ‘가재는 게 편 아니냐’는 의심이다.
대통령 취임식 20일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 국민의힘은 압승을 기대한다. ‘대통령의 후광’이 보수 텃밭인 부산에 미칠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기류는 기시감이 든다. 6년 전 20대 총선. 전신인 새누리당이 180석을 공공연히 입에 올릴 때다.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는 공천장을 놓고 진흙탕을 뒹굴었다. 사천에 눈이 먼 이들에게 공천은 남의 일이었다. 힘에서 밀린 당 대표가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고 낙향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이른바 ‘옥새파동’이다. 152석이던 거대 여당은 그 선거에서 122석의 2당으로 전락했다. 그때 부산은 ‘막장 공천’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당시 현역 교체율은 제로.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권력자의 ‘사천 결정판’이 부산이었고, 시민의 변화 요구는 철저히 무시됐다. 민심은 권력의 횡포를 두고보지 않았다. 민주당은 부산에서 처음으로 5석을 확보했고, 이는 새누리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을 통해 부활했다. 부산에서도 기반을 회복했다. 그리고 또 지방선거를 기대한다. 부산시장은 떼어 놓은 당상이고, 기초단체장, 지방의회까지 싹쓸이할 것이라는 기대다. 지역 권력자의 욕심이 공천판을 흔들고, 구태 공천도 재연될 조짐이다. 6년 전처럼 말이다. 이번에는 부산 민심이 어떻게 나타날까. 시민은 모른 척하지만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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